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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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579 | |
함께 살기 위한 듣고 말하기 몇 해 전부터 공동주거, 공동생활이라는 삶의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 검암을 기반으로 한 ‘우리동네사람들’이라는 공동주거 실험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일상생활연구소>라는 책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현재는 다섯 채의 집에 서른 명가량의 구성원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전하는 함께 살기의 기술의 핵심이 바로 ‘잘 듣고 잘 말하기’다. 함께 살기의 핵심 이들이 제안 한 ‘잘 듣고 잘 말하기’는 나의 상황, 나의 마음에 집중해서 말하고,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귀를 기울여 잘 듣되 앞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뻔해 보이는 내용이긴 한데 이들이 공동주거라는 생활을 하며 실험한 결과라 곱씹게 되는 내용이다. 또한 함께 살기의 핵심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명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전한다. 상대의 잘잘못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으며, 그 상태에 작용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면, 상대를 굳이 교정하지 않고도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다고 한다.
갈등상황을 해결하는 비법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함께 일한다는 것은 개인주의화 된 사회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온전히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기도 하고, 혼자서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항상 다른 사람과의 ‘갈등상황’이다. 앞 서 언급한 ‘우리동네사람들’도 이 갈등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거듭했다. 그 실천의 하나로 ‘나누기’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는 곧 듣고 말할 시간을 만드는 것부터를 의미한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숙제처럼 시간을 내야 한다면, 마음을 열어 듣고 말하기가 어렵다. 진짜 ‘나누는’ 시간이 되려면 일상에 마음의 여유가 머물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불편한 감정들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의 상태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권한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네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이런저런 상황에서 내 마음이 불편했다, 요즘 내 마음이 어떻다”이런 식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훈련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살면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내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경험도 될 수 있다.
함께 일할 때에도 마찬가지 협동조합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많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갈등 상황’에 대한 대처다. 당연히 의사결정과정과 일을 집행할 때 다양한 갈등상황을 접하며 실험도 많이 했다. 이제는 의도하지 않아도 나타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세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첫째는 갈등상황을 야기한 내용들의 사실여부 확인. 그리고 두 번째는 그로 인한 피해의 유무와 그 크기를 가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의도가 있었는가를 확인해 보는 것. 이 사고의 과정을 구성원들과 함께 해보고 얘기를 나눈다면 갈등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이는 유시민씨가 예전에 정치예능프로그램 <썰전>에 나와서 문제 상황 시 오류에 빠지지 않는 방법으로 소개한 팁이다.
맺음말 함께 살고 함께 일할 때, 이는 혼자 있을 때를 제외하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처해지는 상황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결정하거나 나의 생각을 증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공격적인 표현으로 위압감이 조성하면 어떨까. 구성원 내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권위를 인용하여 판단하려 한다면 어떨까. 그 대안으로 구성원들이 여유를 갖고 듣고 말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이전에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지혜가 될 것이다. 글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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