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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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560 | |
센스 있게 듣는 방법 최근 원주에서 창업을 한 청년 기업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다양한 창업 또는 사회적경제 행사에서 인사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배경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는지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인터뷰 형식을 빌린 그 자리에서 나는 인터뷰어가 되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묻고 듣는 역할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자리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무리를 하며 그 기업가는 내게 “말하는 것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실컷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정중한 대화와 논쟁 사이 1965년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에서 주인공 헨리 히긴스의 대사 가운데 ‘정중한 대화를 하려면 날씨와 건강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라’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도 흔히 가족끼리 모인 식탁이나 모임의 자리에서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곤 한다. 그런데 요즘은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 날씨와 건강마저 민감한 이슈가 되어 이런 주제도 위험해졌다. 모든 대화들이 논쟁으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서로 대화를 못 하고 인터넷상에서는 사소한 문제나 말투로 서로 논쟁을 벌이기 일쑤다. 참으로 피곤한 세상이 되었다.
듣기와 말하기의 불균형 미국의 저널리스트 셀레스트 헤들리(Celeste Headlee)는 위와 같은 현상의 원인을 다른 사람 말을 안 듣는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기술의 발달과 역사상 가장 양극화 된 세상이라는 배경이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타협할 가능성을 낮춘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마주보고 눈 맞추며 대화하는 시간보다 문자나 SNS로 소통하는 경우가 더 많은 요즘이다. 이렇다보니 점점 대화의 기술을 잃어가고 있다. 대화는 듣기와 말하기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듣기의 기회가 줄어들어 휴대폰 상의 짧은 텍스트를 해석할 줄만 알고 실제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데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
전환반응과 지지반응 대화할 때 경청하는 방법의 하나로, 쉽게 빠지는 오류인 ‘전환반응’을 ‘지지반응’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제안해본다. 예를 들어 아내가 “구두가 다 낡아서 하나 사야 할 것 같아.”라고 했을 때, 남편이 “내 운동화도 다 떨어져 가는데!”라고 대답하는 상황에서 남편의 대답이 전환반응에 해당한다. 전환 반응이란 쉽게 말해 ‘대화의 방향을 자신에게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환 반응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어떤 말을 해도 자기 얘기를 꺼낸다. 전환 반응은 아이처럼 관심을 자기에게만 쏟고 싶은 유아적인 나르시시즘의 성향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반응하면 대화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오히려 막다른 골목처럼 꽉 막히게 된다. 성숙한 대화를 하려면 ‘전환반응’이 아니라 ‘지지반응’을 보여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지지 반응’이란 일단 상대의 말에 먼저 호응해 주는 것이다. 앞의 대화상황에서 남편이 “그래? 어떤 구두를 사면 좋겠어?”라고 대답한다면 대화도 성공하고 가정에 평화가 올 것이다.
맺음말 사람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본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대화는 서로의 관심을 주고받는 것이니, 나의 본능을 줄이고 상대방에게도 기회를 주고 또 경청과 지지를 할 필요가 있다. 잘 듣는 것, 즉 경청하는 것은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조금만 참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그러면 상대방은 당신과의 대화를 훨씬 즐겁고 가치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글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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