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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로의 초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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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월 문화극장이 철거되었습니다.

서울 세종로에 있는 것도 아니고 부산 광복동 극장도 아닙니다. 강원도 작은 도시에 있던 문화극장입니다. 원주극장, 군인극장, 시공관, 아카데미극장에 이어 세워졌던 원주의 막내 극장이었죠. 전국에서 스크린 크기로 몇 손가락 안에들던 문화극장이 소리소문 없이 철거되어 버렸습니다. 원주의 극장들은 2006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서며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문화극장이 철거되고 원주시민들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카데미극장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첩보!들을 나누며 팔릴 수도 있겠다, 철거하려면 시청에 신고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서로가 가진 소문과 지식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기지와 실천력으로 시민들의 의사를 표현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원주도시재생연구회와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일을 조금씩 준비하는 동안 원주시의회 용정순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아카데미극장이 보전되는 것뿐 아니라 원주에 필요한 문화시설로 재탄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원주권 언론들이 일제히 주요한 기사로 다뤄줘서 시청에서도 기본 조사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죠.

 

기억과 미래 오래된 영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서 원주시민들은 정말 아카데미극장이 보전되기 원하는 걸까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설문을 간단히 만들었습니다. 보전 여부와 활용방안을 묻는 설문조사에 열흘 조금 넘은 기간 1,200여 시민이 답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중 88%의 시민이 보전되어야 한다

고 답하며 공연장 등 문화시설로 재탄생되기를 바랐습니다. 재생 연구회와 모두 센터는 이 정도면 원주시민 대부분이 원하는 일이다, 하면 좋겠다 싶어졌죠. 지역 여론을 이끄는 분들을 모시고 아카데미극장 보전과 활용이 구도심 활성화에 도움이 분명히 된다는 포럼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714일 시민들과 함께 아카데미극장 보전을 위한 행사 '아카데미로의 초대'를 열었습니다. 5일장에 맞춰 전단지를 돌린 덕분인지 연세 있으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셨습니다. 전자음악과 가야금 연주도 듣고 로마의 휴일상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여름밤 맥주 마시며 오래된 영화 보고 있으니 괜찮았습니다. 모두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리 변한 건 없었습니다. 원주시에서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본 후 극장은 굳게 문을 닫았고 진공상태에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사업평가를 지속적인 행사로 결론 내렸기 때문에 고민하다 기억과 미래라는 주제로 두 번째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아카데미극장 간판을 그리시던 분 아들의 기억과 원주 음악인이 상상하는 아카데미극장의 미래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홍보가 늦어 그리 많은 분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이 일이 의미 있구나 하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시네마 로드(Cinema Road) C 도로

원주 한가운데 도로 세 개를 두고 쉽게 부르는 말입니다.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자리에 미군은 세 개의 주요 도로를 만들고 이름을 붙였죠. A 도로, B 도로, C 도로. 아직 원주시민들은 그렇게 편하게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군인극장만 조금 떨어져 있고 원주의 극장들은 모두 C 도로에 쭉 늘어서 있었죠. 한국영상제전 지원을 받아 원주 극장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도로Cinema Road>를 찍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카데미극장이 팔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끝은 철거로 끝날지도 모른다면 스탭들끼리 웃기도합니다. 아카데미극장 소유주와 만나기 전 지인은 시청에서 매입하는데 미디어센터의 역할이 있느냐 묻기에 저희는 그냥 사시겠다고 합니다 하고 시청에 알려드려야지요하고 답하기도했습니다.

우선은 시청이 매입해서 공공의 자산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데주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서 원주 시민 모두 지혜를모아 원주사람들에게 필요한 어떤 곳으로 재탄생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단관극장 보전, 도시재생, 마을 만들기 등 아직은 시민들에게 낯선 이야기일 수 있지만 조금씩 귀 기울이는 것은 그러한 일이 필요한 때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 <아카데미로의 초대>는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영상미디어센터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뤄질 수있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립니다.

.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