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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날 수 없다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8-18
첨부파일 북적북적_동네책방지도.jpg 조회수 1,402

원주문화여행가이드 ‘북적북적 동네책방지도’

 


누군가 원주에 온다고 하면 걱정부터 했다. 호기롭게 ‘놀러오라’ 말은 했지만 대체 어딜 가야 놀 수 있는 걸까. 물론 치악산은 아름답고 영험하다. 그러나 ‘(산에)오른다’와 ‘논다’는 엄연히 다르다. 더구나 치악산의 난이도는 수행에 가깝다. 여기에 무더위와 습도까지 더해진다면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게 될지도 모른다. 치악산을 가을로 슬그머니 미뤄놓고 또 다른 원주의 관광명소들을 차례로 떠올려본다. 대체로 자가용 없이 찾아가기엔 막막한 위치에 있거나 너무 흔들거리거나 너무 고요했다. 

하지만 조금 더 정성스레 들여다보면 원주는 의외로 다채롭다. 고소공포증을 굳이 극복하지 않아도, 열악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원망하지 않아도 된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멀리 떠나기엔 불안하고 가만히 앉아있기엔 괴롭다면 발상을 전환해보자. 충분히 갈만하며 기꺼이 놀만한 장소가 우리를 기다린다. 

 

걸어서 동네책방 속으로 

<북적북적 동네책방지도>는 원주의 매력적인 문화거점을 소개하는 가이드맵이다. 위치정보와 취급품목, 연락처와 함께 공간에대한 간단한 소개가 실려 있다. 가보고 싶은 장소 한두 군데를 골라서 방문해도 좋지만 여행하듯 동선을 정해 다녀보길 권한다. 대부분 원주에서 인지도가 높은 공간들이기에 언뜻 새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도를 따라 가다보면, 이미 문턱을 넘어봤던 장소라도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일한 공간이 길 위에서 연결될 때, 여행의 목적은 달성된다.

 

 <북적북적 동네책방지도> 배포처  

책빵소 (금불4길 23), 카페 틔움 (남산로 209), 무용담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 가동), 여행자의 집 소로 (갈머리1길 7), 낙원탭룸 (무실로12번길 15-15), 느림의 미학 (천매봉길 126-12), 스몰굿씽 (판부면 매봉길 52-1), 낭만섬 (무실로 10-2 2층), 오후대책 (무실로 21 2층), 터득골북샵 (흥업면 대안로 511-42)

 

지도에 소개된 몇 군데를 들러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봤다. 세 사람과 나눈 짧지만 진지한 대화가 ‘원주동네책방’ 여행에 자그마한 팁이 되길 바란다. ​


Q1. <북적북적 동네책방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작년 가을, ‘느림의 미학’이라는 책방을 열게 되면서 우리 지역에도 자립적으로 문화를 생산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다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방투어지도를 구상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회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책방 지원사업인 ‘동네책방문화사랑방’을 진행하게 되면서 구체적으로 원주의 책방과 복합문화공간을 추려 지도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도에 소개된 11곳의 책방 및 복합문화공간에서 책방지도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니, 편하게 찾아주세요!
 

Q2. 지도에 실린 공간들의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책방지도이기 때문에 원주의 동네책방들을 소개하고 있고요, 또한 로컬문화를 자립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단체 및 공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복합문화공간들도 몇 군데 포함되어, 전체적으로는 ‘로컬문화’ 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 장소들을 선정했습니다.​

 

Q3. 동네책방지도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요? 

누군가 원주를 일컬어 특색이 없는 ‘무채색의 도시’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원주에 색을 더하는 공간들이 바로 지도에 소개된 곳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네책방’과 ‘문화살롱’에서 자립적으로 만들어낸 콘텐츠가 나아가 지역을 대표하는 색깔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문화투어형태로 지역주민과 외부관광객이 여행할 수 있는 콘텐츠로 <북적북적 동네책방지도>가 활용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Q4. 동네책방지도와 관련해서 후속 작업도 계획 중인가요? 

하반기에 한 번 더 제작해볼 예정입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너무나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힘을 모아 연합하고, 이렇게 작은 불씨가 모여 더 커다란 불씨가 되고, 더 많이 알려져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Q1. ‘오후대책’은 어떤 공간인가요?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과 오후를 나누는 살롱이고요, 세 명의 예술가가 함께 운영 중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원도심의 작은 기지입니다. 

2층에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새보미야)이 원주의 독립출판물을 비치, 판매하고 있고 디자인 하는 사람(곽슬미)이 제작한 공예품과 굿즈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3층에는 영화하는 사람(고승현)이 기획,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이 있습니다. 아직 음료 판매를 하지는 않지만 모임이나 회의를 원하시는 분들께 대관도 가능합니다. 


Q2. 세 분이 어떻게 뜻이 맞았나요? 

저 같은 경우는 작업을 할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곽슬미 디자이너와 우연한 계기로 만나 공간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걸 서로 알게 됐고 이 후에 고승현 씨가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하면서 상영관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세 사람이 만나게 됐습니다.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은 청년들에게도 접근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원인동 주변 오래된 구도심 위주로 돌아다니다가 이곳에 정착하게 된 거죠. 
 



Q3. 오후대책에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길 바라나요? 

독립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와주면 좋겠습니다. 저희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본인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나갈 생각이에요. 오후대책 / 고씨네 관련해서는 오후대책 인스타그램 계정(@afternoonaction_) 또는 세 사람이 각자 운영하는 계정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wonju.indie / @go_cine_ / @mim0ng)​
 


Q1. 코이노니아는 어떤 공간인가요?

코이노니아는 북카페 겸 문화공간입니다.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 중인데요, 10명의 큐레이터가 각자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입고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전 코이노니아 사장님께서 여러 가지 이유로 문을 닫게 되셨고, 이 공간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인수하게 됐는데요. 기본적으로 공간 임대료나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다보면 ‘책’보다 수익에 더 집중하게 될 것 같았어요. 그런 매커니즘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평소 책방을 하고 싶어 했던 주변 분들과 의기투합한 거죠. 


Q2. 일종의 공동체로 운영이 되는 거네요. 

운영과 관련해서 고민이 생기면 회원들과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여러 사람이 의견을 주세요. 노하우도 전수해주시고요. 무척 든든하고 힘이 됩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이 공간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해요. 
 



Q3. 코이노니아에 어떤 분들이 오길 바라나요? 

저는 이곳이 카페보다 책방에 더 가깝기를 바라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책을 더 많이 들여놓을 계획인데, 공간이 다소 넓은 편이다보니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활동도 함께 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잘 만들어나가려고 해요. ​

 

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