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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서 보낸 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20
첨부파일 치악산_둘레길.jpg 조회수 1,329

 

치악산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1학년 어느 여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가 흘린 눈물은 맑은 샘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주었고, 그가 철마다 갈아입던 옷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곤 했지요. 한동안 이 도시를 떠나있을 때도 늘 그리운 어머니처럼 그가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소풍은 언제나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았고 그리워했습니다. 먼 곳에서도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가 있었기에 우리 고장은 풍수해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왔고, 너무 큰 그가 있어 이 고장에서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왔습니다.

원주에서 국도 42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전의 사람들은 그를 적악산이라 불렀고, 지금은 치악산으로 부릅니다. 모월산이라는 이름도 있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곳은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숲을 무심하게 여기며 아주 힘겨운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만났는데,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이었습니다. 충북 괴산의 여우숲 인간대표이자 숲학교 오래된 미래 교장이면서 대중 강연자로 잘 알려져 있는 김용규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숲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과 대화하고 사색하며 지금은 숲의 철학자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분입니다. 그 분을 유월의 어느 날 치악산 자락 둘레길에서 마주하고 섰습니다. 좋아하는, 위로받았던 책의 저자를 만나는 것만큼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나의 아픔을 오롯이 받아줄 것 같고, 그 또한 그 아픔의 시간을 건너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반드시 누군가를 만나서 위로를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치악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모든 숲과 나무들이 바로 우리의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잠깐이면 사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19의 여파가 심각합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안아주던 모월산마저 코로나19 앞에 무력하기만 해 보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관계로 존재한다는 것을, 너와 내가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가르침의 목소리가 온 우주에 퍼지는 듯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힘든 더위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이 혼란의 시절, 모든 분들이 숲에서 작은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잘 계시길 바랍니다.

편집장 원상호

 


여는 글
나무 밑을 걸을 때 우산을 쓰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날씨 탓에 늘어난 매미나방 송충이 때문입니다. 송충이는 나뭇잎을 닥치는 대로 갉아 먹으며 나무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이면 쨍한 초록을 뽐내던 치악산의 피해가 큽니다. 마치 가을 단풍이 온 듯이, 곳곳에 붉게 물든 나무가 하나 건너 하나 있을 정도로 눈에 띕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송충이가 잎을 갉아 먹을 뿐 식물의 생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올해는 송충이에 가려졌지만, 사실 여름 치악산은 어떤 계절보다도 멋진 비경을 자랑합니다. 이런 여름 치악산을 조금 더 가까이, 등산보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2019년에 개통한 치악산 둘레길입니다. 세 가지 코스를 우선 개통했고, 초보자도 쉽게 걸을만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누구나 쉽게 치악산을 품을 수 있는 ‘치악산 둘레길’을 소개합니다.

이 외에도 <원주에 사는 즐거움>의 역사와 ‘내가 생각하는 돌봄-커뮤니티 케어 학습’ 수강생 소감문을 이어서 소개합니다. 복지의 최전선에 선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과 원주 내 사회적기업 소식도 실었습니다.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에 입주한 청년지역문화콘텐츠 기업 ‘낭만사’와 남미음식을 주제로 한 ‘온세까세로’ 인터뷰도 담았습니다. 

폭염이 사라진 자리에 장마가 앉았습니다. 먹구름이 가져온 먹먹함도 잠시뿐, 시원한 빗줄기가 여름다운 여름을 완성합니다.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