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1-19 |
---|---|---|---|
첨부파일 | 문아리공간.jpg | 조회수 | 1,345 |
오래된 공간이 내게로 오다 - 문아리 5·3 ‘우리는 늘 놀고 싶다’ 학성동 소재 옛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이하 ‘구 법원’) 건물이 본래의 역할을 수행한 건 지난 2012년 5월까지다. 신기하게도 건물은 오가는 이가 없으면 금세 허물어진다. 무실동 이전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구 법원은 그야말로 폐허로 변했다. 지난 10월, 구 법원에 오랜만에 다시 불이 켜졌다. ‘문아리공간5.3 – 우리는 늘 놀고 싶다’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자. 역사의 뒤안길에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학성동 언덕에 주춧돌을 세운 1970년 이래,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 법원은 원주시의 상징적 장소였다. 건물 노후와 협소한 주차장 등을 이유로 지난 2012년 5월, 원주지청은 지난 2013년 4월 무실동 신청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구 법원 이전은 학성동 주민에게는 큰 악재였다. 이른바 ‘법조타운’으로 불리던 지역이었다. 법원 주변의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도 줄줄이 무실동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여기저기 공실이 생겼고, 당연한 절차로 건물주와 상인들은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지역공동화 현상’이라고 불렀다. 권위의 상징에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지 올해로 벌써 8년째를 맞이했다.
새로운 놀이의 공간으로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가 기획한 ‘문아리공간 5.3 - 우리는 늘 놀고 싶다’는 작년에 이어 올해 구 법원을 전시공간으로 선택했다. 낡고 오래된 공간에 대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의 의지는 확고하다. 2018년에는 원주여자고등학교 진달래관에서, 지난해와 올해는 구 법원이 문아리공간 프로젝트의 무대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그림책 작가 11명으로 이뤄진 그룹전, ‘별일 없지? 곧 맑아질거야’ 콘텐츠 기획전, 학성정원 프로젝트 ‘놀이-터’, ‘한국그림책연감도서관’, ‘문화놀이마당 소보름’, 시민참여 전시 ‘플레이어 인 원주 :아이엠히어’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interview 1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김선애 사무국장
Q. ‘문아리공간 5.3’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문아리공간5.3은 브랜드명으로 ‘문화를 통해 아래로부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유휴공간에서 시민들의 활동을 통해서 서서히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있고요. ‘5’가 다섯 번째 시도, ‘3’이 세 번째 공간이라는 뜻이에요. 올해로 다섯 번째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따뚜 공연장 복도에서 이뤄졌고요. 두 번째가 원주여고 진달래관이었고 세 번째가 법원까지 왔습니다.
Q. 전시장소로 구 법원을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전반적으로 원주에 유휴공간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예요. 원주역도 폐역이 될 예정이고요. 그중에서 우리가 활용 가능한 공간을 찾았고요. 시청과 법원이 무실동으로 옮겨가면서 학성동 같은 경우 많이 낙후되었잖아요. 현재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에요. 도시재생의 취지와 연계해서 진행해보려고 이 곳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유휴공간이 있으면 근처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피해가 가는 거잖아요.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그런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양한 공간에서 시도를 하고자 했고요. 일례로 지난 6월에 ‘캠프롱’이 열렸을 때 우리가 들어갔었어요. 거기서도 시민 전시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어요. Q. 구 법원 건물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구 법원은 기획재정부 관할 건물이고요. 저희는 자산관리공사를 통해서 임대,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도 사회적인 이슈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지역의 빈 건물인데 지역에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많아요. 기재부 소속의 폐건물을 지역에 무상임대를 주고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지금 현재는 5년까지거든요. 이거를 10년으로 늘리자는 법안이 추진되다가 안 된 걸로 알고 있어요. 5년은 생각보다 상당히 짧은 기간이에요. 지역에서는 리모델링을 해서 쓰다가 금방 반납을 해줘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비단 원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Q. 원주시내 곳곳의 유휴공간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면 좋을까요? 우선 문화도시에서는 옛 원주여고 안에 진달래관이라는 체육관을 거점공간으로 준비하고 있고요. 애초에 공연장으로 리모델링 계획이 있었거든요. 어려운 말로는 ‘인위적 사용’이라고 하는데요. 용도를 정하지 않고 건물을 써보는 겁니다. 쓰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쓰임의 방향을 스스로 알게 되는 거죠. 시민들의 바람이 담긴 공간으로 진달래관이 개발되고 있고요. 단순히 문화도시 거점공간만 개발하는 게 아니라 원주전역을 바라보고 있어요. 원주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근거리에서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원주 같은 경우에는 유휴공간이 크게 활용된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interview 2 시민 도슨트 권애란
Q. 시민 도슨트로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에게 원주는 타향이에요. 그래도 원주가 참 좋아요. ‘그림책도시 이담’에서 도슨트 활동가 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실습과정 중입니다. 벌써 2018년부터 참여했으니까 올해로 벌써 도슨트 3년차네요. 여기 머릿돌에 보니까 1975년에 오픈한 걸로 되어있더라고요. 제가 아주 어릴 때인데 그 때의 흔적들이 남아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좀 색달랐죠. 역사 속으로 잠깐 들어왔다고 할 수 있겠죠. 거의 45년 전이잖아요. 여기에 당시에 썼던 손글씨가 있어요. 묘한 느낌이 들어요. 이 건물뿐만 아니라 원주에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요. 저는 혁신도시 주민인데요. 신축건물이 거주지에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개발논리에 밀려서 오래된 건물이 철거된다고 생각하면 슬프죠. 최신식 건물만 우리 마을에 가득 있다는 게 상상이 안 돼요. 보존을 잘해서 그런 건물 속에서 모든 사람이 좋은 걸 같이 나눌 수 있는 매개로 사용되길 바라요. 우리가 자연 속에서 바람이 볼을 스치면 좋잖아요.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취재·글 황진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