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레포트


스토리에서 보낸 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8-18
첨부파일 여행.jpg 조회수 1,523


속초에서 만난 새로운 세상

 

“60년 같은 6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내려 온 남매는 용감해 보였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속초에 집을 구하고 카페를 열고,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습니다. 남매가 함께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경험한 호스텔 문화에 반해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뒷골목에 게스트하우스 <소호259>를 연 것입니다. ‘피로 맺어진 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부부였거나, 친한 친구였다면 아마도 이렇게까지 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짧지만, 속초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창 시절, 방학이 되면 고성군 거진읍에 살고 있는 이모님 댁에 빠지지 않고 놀러가곤 했는데, 속초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곤 했습니다. 이후로도 한계령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던 지라 속초는 꽤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그때마다 당시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최영미 시인의 「속초에서」를 읊조리고는 했습니다. “바다, 일렁거림이 파도라고 배운 일곱 살이 있었다… 바다, 밀면서 밀리는 게 파도라고 배운 서른두살이 있어다…” 갈매기와 하얀 거품, 비린내, 해안선, 빨랫줄에 널린 오징어.... 속초는 바다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그곳에서 소호거리를 꿈꾸는 남매의 무모하지만 꽤 괜찮은 인생살이에 반했습니다. 단순히 이들 남매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며 카페가 잘 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소호259>만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속초의 원도심도 함께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일을 기획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라운지 <고구마살롱>이 대표적입니다.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도 될 수 있으면 속초 지역사회의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합니다. <소호259>에 반한 뒤, 1년에 50만 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칠성조선소>에도 들렀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인지 조선소의 옛 정취가 물씬 풍겼습니다. 살짝 비릿한 바다 내음이 좋았고, 낡은 선박 건조장의 모습, 옛 식당, 덩그러니 놓여 진 거대한 카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떤 지원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들어나간 재생의 방식이었습니다. 여행자들이 꿈꾸는 도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냥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청년이나 젊은 세대들은 좀 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원주를 찾고 싶어 하는 도심 여행자들은 어떤 기대가 있을까요. 

이번 속초여행은 도시재생의 중요성과 함께 누가(혹은 주민) 어떤 생각으로 끊임없이 질문하느냐에 따라 원주의 도심이 활력으로 가득차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올 여름은 장마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편집장 원상호


여는 글
먼 곳으로 떠날 수 없는 요즘, 구글 스트리트뷰를 자주 켭니다. 어떤 날은 핀란드 같은 추운 지역을 둘러보고 어떤 날에는 미국 LA 한인타운 지역을 둘러보며 한글 간판을 찾습니다. 유튜브로 워터슬라이드나 롤러코스터 탑승기를 보기도 합니다. 이래도 저래도 지루한 기분이 들면 비행기 탑승 영상을 찾아봅니다. 

실제로 최근 대만에서 ‘비행기 탑승 체험’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 취지는 코로나19로 강화된 방역 지침과 탑승 절차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비행기 탑승 체험’ 행사를 연 것인데요. 

180명 모집에 무려 1만 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뽑힌 한 참가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해외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행기를 탈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유명 편의점 업체는 ‘기내식’ 컨셉 도시락을 출시했습니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세 가지 종류로 실제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기내식을 주문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상품명도 ‘포크플리즈’ ‘치킨플리즈’ ‘비프플리즈’로 정했는데요. 

‘랜선 여행족’을 위한 새로운 게임도 등장했습니다. 일명 ‘공항 찾기 게임’인데요. mapcrunch.com에 접속하면 무작위로 선정한 구글 스트리트뷰 화면이 뜨는데 그곳에서부터 해당 지역 공항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공항을 찾아도 별다른 보상은 없습니다. 게임의 목적은 공항 찾기가 아니라 공항까지 가는 스트리트뷰를 보며 간접 여행을 하는 데 있습니다. 비행기 탑승 행사, 기내식 도시락, 공항찾기게임… 모두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사회현상입니다. 

이번 호의 테마는 코로나19 이후 더 주목받고 있는 “여행”입니다. 원주에 있는 작은 책방을 소개하고 책과 함께 하는 원주 여행길을 안내합니다. 앞서 설명한 ‘랜선으로 여행하는 방법’도 실었습니다. 이쁜이 신부님이 전하는 ‘성공회나눔의집’ 이야기와 <원주에 사는 즐거움>의 과거 기사와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인턴십 후기도 공유합니다. 원주시 사회적기업 연결망인 ‘원주시사회적기업협의체’ 발족 소식도 전합니다.

코로나19로 더 특별해진 이번 여름, 습기와 더위를 잠시 내려놓고 여름 안에서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