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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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수변공원.jpg | 조회수 | 1,252 |
밤의 공원 - 행구동 수변공원 -
행구수변공원 강원도 원주시 행구로 362 문의 및 안내 033-742-2111 휴일 연중무휴 주차 가능 인류 최초의 공원(park)은 중세시대 왕실에서 사냥감을 가둬두는 용 도로 만들었다. 도시문명의 발달로 녹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점 차 대중에게 개방되며 현재와 비슷한 형태로 변화했다. (출처:한국민 족문화대백과) 야생의 동물을 보다 편리하게 사냥하기 위해 고안된 곳이 결국엔 자연물을 보다 가까이 하기 위해 찾는 장소가 되었다니, 흥미롭다. 공원을 결코 자연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도심에 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공원 많은 도시 누군가 원주가 살기 좋은 이유를 묻는다면 공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그 중 행구수변공원은 규모와 조경 면에서 단연 뛰어나다. 2014년 개장 이래 원주시민의 쾌적한 휴식처로 널리 이용돼왔다. 88,600㎡에 달하는 널찍한 부지에는 기후변화대응교육연구센터, 홍보관, 수변데크, 분수, 물놀이 시 설, 파크 골프장 등이 들어서 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지배하기 전, 이곳은 무더위를 피하러 온 가족단 위 방문객들로 만원사례였다. 분수와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정신없이 물놀이를 하는 동안 어른들은 텐 트나 벤치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곤 했다. 언제 다시 재현될지 모르는 광경이더라도 실망하기엔 이르다. 예전만큼 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여기에서 일상의 쉼표를 찍는다.
공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행구동은 원주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지역인지라 야경이 잘 보인다. 행구수변공원에서도 도심의 빛 을 감상할 수 있다. 대도시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사실 굳이 멀리 바라볼 것도 없이 공원 곳곳을 밝히는 빛만으로 더없이 아름답다. 해지기 전이 활기차다면 밤의 공원 은 여유롭다.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데크로드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마치 ASMR처럼 들려온다. 고요한 조명을 벗 삼아 풀벌레소리를 감상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느닷없이 저수지 한 가운데서 물기 둥이 솟구치더라도 놀라지 말길. 공원을 한층 더 낭만적으로 만드는 음악분수다. 서두에 ‘도심에서 가 장 자연에 가까운 공간’이라는 언급이 무색하게도 분수는 자연의 섭리에 정면으로 도전하려는 듯 현란한 빛과 함께 하늘 높이 뿜어 오른다. ‘not enough mineral’1) 물줄기의 디자인이 지난 밀레니엄의 추억을 상기시키긴 했지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설렜다. 살구둑의 추억 행구동의 옛 지명은 ‘살구둑’이다. 살구나무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나에겐 아직 행구동 ‘수변 공원’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수변공원이 조성되기 전 이곳은 원래 낚시터였다. 혁신도시 개발 전, 반 곡동 주민이었던 나는 가파른 경사의 낚시터 둑길을 따라 내려오면 철길 너머 오리현 마을로 향하는 지름길을 자주 애용하곤 했다. 지금처럼 말끔하게 정돈된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 운치가 있었 다. 비온 뒤 하얗게 피어오르던 안개며, 이따금 물 위로 튀어 오르던 물고기, 대체 뭘 그렇게 잡으려는 지 낚시대를 여러 대 드리우고 잠을 청하던 강태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혹시 몰라 인터넷에 ‘행구낚시터’를 검색해보니 의외로 예전 사진들이 남아있다. 주로 ‘입질대박’ 같 은 이름의 낚시카페들이다. 생각해보니 낚시터가 수변공원이 된다고 해서 그 때 살던 물고기들을 내 쫓지는 않았을 테고, 지금 살고 있는 친구들이 후손들일수도 있겠다. 수면 아래 밤마다 솟구치는 분수 를 지켜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낮이 지나면 밤이 온다. 이미 지나간 역사는 아주 위대하지 않 다면 그저 잊혀진다. 거기서 누가 살았건, 죽었건, 웃었건 울었건 말이다. 덧없는 향수를 뒤로 하고 지 난 밤 수변공원에서 찍어온 사진을 들여다본다. 아무튼 참 아름답다. 1) ‘광물부족’이라는 뜻.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자원으로 쓰이는 미네랄의 축적량이 부족할 때 나오는 효과음이다. 글 황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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