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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산물을 애용하자 ➋ - 곽한성 원주푸드종합센터 센터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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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 농업인에게 희망찬 내일을




흥업면 대안리. 과거에는 금물산면(金勿山面)으로 불리던 곳 초입에 원주푸드종합센터가 우뚝 서있다. 원주지역 학교급식을 담당하며 아이들이 안전한 먹거리로 건강할 수 있도록 농산물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다.

3년 전 이곳으로 부임한 곽한성(47) 원주푸드종합센터 센터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센터 앞 공급 차량들이 쉴 사이 없이 분주하다. 다소 마른 듯한 곽 센터장은 인터뷰 요청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지역 농산물에 대한 애착과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어필했다.

“학교급식에 대해 더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우리 아이들도 먹기 때문입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고 둘째와 막내는 중학교 1학년, 3학년이거든요. 자연스럽게 학교급식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최근 학교에서도 원주푸드 인증을 받은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어요. 원주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울 따름이죠. 서로 간의 신뢰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학교급식 뿐 아니라 지역 농산물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1998년 1월 원주원예농협에 입사한 것도 지역 농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였다.

“대학에서 자원식물학을 전공했어요. 자연스럽게 식물을 좋아하다보니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원주원예농협에 합격을 하고 농산물에 대한 일을 할 줄 알았는데 금융 업무를 맡았어요. 조금씩 금융 업무에 익숙해져 갔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는 식물과 농산물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식물과 농산물, 농업인들을 돕는 것이 협동조합의 가치와도 맞다고 생각해서 농협쪽에 지원을 했는데 어쩐지 일을 하면서 보니까 금융권에 더 가깝더라고요. 오히려 지금하는 일이 협동조합의 가치와도 맞는 것 같아요.”​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센터도 평소와는 달리 조금 바빠졌다. 지금은 자리를 잡아서 덜하지만 초기에는 김장철이 다가오면 많이 바빴다.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예전처럼 바쁘지는 않아요. 전에는 절임배추도 납품해야 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죠. 지역의 유기농 생산 단체와도 협조가 잘 되고 있습니다.”

센터장을 맡으면서 보람된 일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는 특히 복숭아 농가에 힘이 되어 준 것 같아요. 복숭아 가격이 없고 농가들도 힘들어 했는데 직거래를 연결시켜줘서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거든요. 이런 것들이 바로 농협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농업인이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죠. 그게 바로 공동체의식이고 협동조합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센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의 군부대는 물론 서울 유치원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여기에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올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 군부대에 납품을 하고 있고 서울 도봉구 유치원 120여 곳에도 매일 원주 농산물이 식자재로 나가고 있어요. 춘천과 강릉 등에서도 학교급식센터를 만들고 있는데 원주푸드종합센터가 좋은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곽 센터장은 농협이 농업인의 어려움을 대변해주고 도움을 주는데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느 지역에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농업인에게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봤어요. 무턱대고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정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농업인이 없는 농협의 존재의미를 생각해봐야 할 문제거든요. 농업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업(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농업경영인 이라고 말하면 쑥쓰러워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곽 센터장에게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은퇴 후의 진로에 대해 물었다.

“아무래도 자원식물학을 전공했으니 식물이나 농업 관련 쪽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농산물 품질 관련 자격증도 있고요. 지금도 식물 200여 종은 알고 있어요. 농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아내와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되어 있고요.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조금씩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원주원예농협에 입사한 후 소개로 만난 아내와는 초스피드로 결혼식을 했다.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결혼이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날도 기억합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상사분의 소개로 1월 18일날 만났고 3월 20일 결혼을 했어요. 정말 빠르게 진행이 됐죠. 서로가 첫 눈에 반했어요. 너무 짧은 연애기간이라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까지 20여 년을 큰 무리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토닥토닥하면서 말이죠.”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센터 앞에는 공급차량들이 즐비하다. 원주 전역의 학교로 향하는 차량들이다.

어쩌면 이 차량들은 단순히 식자재가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싣고 달리는 것이 아닐까. 절로 입가에 흐믓함이 퍼져 나간다​.




글 원상호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