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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미래는 원도심에 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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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도시재생의 미래를 꿈꾸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원도심이 도시의 미래다’라며 원도심의 문화와 특색 등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도심의 문화와 특색, 역사 등을 사랑하기 위해 결국엔 소비가 따라줘야 한다며 원도심 내에서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민 스스로 소비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지역 주민들이 원도심 마니아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2월 3일 원주시 평생교육원 종합강의실에서 열린 특강에는 도시재생 관계자와 도시재생에 관심있는 시민 100여 명이 참여했다. 모종린 교수의 특강 내용 중 골목 상권과 라이프 스일에 대해 소개한다.​



라이프스타일과 도시의 미래

‘원도심이 미래다’라고 주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대부분 신도심이 도시의 미래를 이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원도심의 미래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세계의 도시를 A도시와 B도시로 나눠봤다.​

 

 A도시

 B도시

 미국 맨하탄

 미국 브룩클린

 일본 긴자

 일본 기치조지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미국 시애틀

 미국 포틀랜드

 스웨덴 스톡홀름

 덴마크 코펜하겐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뉴욕의 맨하탄보다 브룩클린을 많이 간다. 일본 도쿄는 수많은 마을이 모여 있는 곳인데 도쿄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을이 기치조지다. 파리는 굉장히 큰 도시이지만 베를린은 인구 350만 여명의 도시다.

미국 시애틀이 A도시, 포틀랜드가 B도시, 유럽의 경우 스톡홀름이 A도시에, 코펜하겐이 B도시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A도시가 미래라고 생각하는데 B도시가 미래라고 생각한다. 서울을 보면 A도시가 강남, B도시가 강북 즉, 원도심 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북촌과 서촌, 홍대, 이태원 등이다.

원주의 경우 아마도 A도시는 혁신도시가 되겠고 B도시는 원도심일 것이다.

많은 사람은 A도시가 미래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B도시에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신도심으로 사람과 돈이 모여 도시경제를 이끌 것으로 생각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은 바로 원도심이다.

신도시, 중심도시는 초현대식(Ultra-Modern)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이동이 편리하고 첨단도시 인프라가 들어가고, 대형 건물과 단지가 조성된 단지 문화다. 쇼핑단지, 아파트 단지, 오피스단지, 기업도 대기업 중심이다. 이곳은 A도시에 속한다.

탈 근대(Post-Modern)도시는 마을 같은 도시다. 걷고 싶은 거리가 있고 골목이 많으며 상인들도 소상공인이 주를 이룬다.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곳이며 창조도시에 가깝다.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B도시의 문화라고 보면 된다.

뉴욕 서울 도쿄도 A도시가 공존하기 때문에 서로 배타적인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구 35만명인 원주에 A도시도 있고 B도시도 있어야 한다. A도시도 나름대로 발전해야 한다​.



모종린 교수

우리는 도시재생 하면 B도시가 발전해야 한다는 문제에 부닥친다. 어떻게 보면 내버려둬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다. 그냥 둬도 원도심은 살아나게 되어 있다. 가만히 둬도 살아난다.

원도심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이유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기 때문에 그것만 잘 보존해 주면 원도심은 발전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좀 더 활성화를 빠르게 만드는 사업이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B도시가 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가 골목길이다. 어떻게 보면 원주는 아직 세계적인 트렌드를 못 쫓아가지만 지금 전국적으로 골목 상권이 뜨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돈이 모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젊은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원도심에서 실현 가능한 일이다. 신도심은 대형 단지문화이기 때문에 모든 생활방식이 획일적이어서 개성이나 다양성을 표현하기 어렵다. 예술가들이 원도심이나 교외 지역에 살지 신도심에 살지 않는 이유다. 미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모든 시민이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왜냐면 기계가 단순노동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어디에서 사는지 생각해 보면 미래 라이프스타일은 원도심에 유리하다.

세 번째로 로컬을 많이 이야기한다. 지역·지방이란 뜻이다. 요즘은 로컬 지향 시대라고 한다. 사진 많이 찍고 장소가 중요하고 고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서울에 집착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원주도 로컬 지향 시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로컬이 중요해진다는 것은, 로컬화라는 것은 서울과 다른 문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문화가 중심 문화라면 내가 로컬을 좋아한다는 것은 서울 강남에 없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우리 동네의 뭔가를 말이다. 그래서 로컬을 좋아한다는 것은 우리 동네의 특색 있는 지역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당연히 원도심에 있지 신도심에 없다. 미래 관광객들이 원주에 오면 ‘다른 곳에서 내가 사지 못할 것이 뭐가 있지?’ ‘다른 곳에서 체험하지 못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 이렇게 물어본다. 그 관광객들을 혹은 지인들을 혁신도시로 데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좋으나 싫으나 원도심으로 와야 한다. 다른 도시에 없는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원주 문화라는 것은 원도심에 집적돼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트렌드다. 앞으로는 기업이나 개인, 도시가 자기만의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경쟁하기 어려운 사회에 왔다. 그렇기 때문에 원주 특색을 어디에서 살리느냐, 바로 원도심에서 살려야 하는 것이다.

네 번째가 원론적으로 돈이 되느냐. 경제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냐라고 말하는데, 지금 트렌드를 보면 골목 상권이 뜨다 보니까 자산운용사, 대기업,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부 원도심으로 몰려오고 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글로벌 대기업 등은 돈과 사람이 어디로 모이는지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전체가 골목상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현상을 잘 이해 못하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들이 왜 골목상권에 들어가느냐면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 가는 것이고, 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해서 가는 것이다. 원도심에 기회가 있다. 이 네 가지 이유에서 B도시가 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주도 원도심이 원주의 미래인 것이다.​



골목 상권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소위 떴다고 하는 상권은 거의 예외 없이 골목상권이다.

원주에도 로데오 거리가 있는데 지역 도시들은 오래전부터 서울 문화를 많이 따라갔다. 어디에 가면 명동이 있고, 로데오 거리가 있고, 가로수 길이 있다. 요즘은 ‘단’길이다. 경주의 황리단길, 전주의 객리단길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에 원주가 다른 도시 트렌드에 가깝다면 어딘가에 ‘단’길이 하나 정도 있어야 한다. ‘단’길이 아니면 요즘은 하나의 ‘동’이 브랜드가 되는 추세다. 연희동, 연남동 등이 좋은 예다.

요즘은 ‘동’과 ‘리’ 단위의 여행을 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예를 들어 원주 간다고 하면 약간 촌스러운 것이고, 원주의 일산동을 간다고 해야 요즘 트렌드에 맞는 것이다. 뉴욕을 가더라도 ‘브룩클린’을 가야한다. 뉴욕을 간다고 하면 뭔가 좀 뒤떨어진 사람처럼 보인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골목상권에 가면 가게 이름에 항상 동네 이름을 적는다. 가게 이름 옆에 연희동이라고 적는데 청담동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동네가 브랜드가 됐다.

그런데 원주는 ‘단’길도 없고, 어느 동네가 브랜드가 됐는지, 아니면 될지 알 수 없다. 만약에 없다면 빨리 만들면 된다. 동네가 브랜드가 된 세상이다.

서울에서 원주로 누군가 찾아오면 서울과 비슷한 곳에 데려간다. 무실동이나 단구동 등 서울과 이미지가 비슷한 곳으로 데려가는데 대부분은 전혀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원도심에 데려가는 것을 원할 경우가 많다. 미래여행자들은 원도심을 원할 것이다. 동 단위로 브랜드를 키워야하는 이유다.

그러면 원주의 어느 지역이 동 브랜드를 가지고 있을까. 대체적으로 아직까지는 건축 자원, 즉 문화 자원이다. 한옥이 모여 있으면 좋고, 아니면 적산가옥이 있으면 뜰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아니면 1970년대 단독주택이 모여​있으면 골목상권 입지가 좋다. 전국적으로 골목상권을 주도하는 지역은 이 세 가지 중 하나는 가지고 있다. 한옥, 일본식 가옥, 아니면 단독주택이다.

대표적인 곳이 전주 한옥마을과 경주 황남동이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지 않고 서울은 북촌이 좋은 사례다. 적산가옥으로 뜬 곳은 대구의 근대문화거리, 군산의 근대문화거리다. 원주는 적산가옥이 많지 않고 단독주택이 보편적 일 텐데 서울도 단독주택에 골목상권이 들어섰다. 연희동도 그렇고 서교동도 그렇고, 대개 연립주택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가게가 들어가면서 골목상권이 떴다. 그렇게 보면 원주도 한옥이 없고 적산가옥이 부족하니 단독주택이 밀집된 지역이 유망하다.

1970년대 부촌은 단독주택이 있고, 도로가 넓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청년들이 들어간다. 원주는 아마도 일산동인 것 같다. 다른 도시를 보면 1970년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골목상권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골목상권은 여러 가지 통계를 보더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대형마트나 쇼핑센터 등의 성장률이 낮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골목상권이 중요한 것은 관광 산업 때문인데 원주의 특별한 것이 뭔지, ‘메이드 인 원주’를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한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메이드 인 로컬’이다. 그런 트렌드에 맞게 가야 한다. ‘메이드 인 원주’라고 하는 것이 지역특산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로컬 디자인 숍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전통 공방에 기반, 디자인을 통해서 세련된 기념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즈가 2017년 꼭 가봐야 할 곳 52개 중 하나로 부산을 선정했는데 ‘전포 카페거리’다. 서면에 있는 데 부산을 대표하는 골목상권이다. 뉴욕타임즈는 해운대를 가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아마도 해운대를 추천하면서 해운대가 미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해수욕장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정도의 해수욕장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부산 문화를 체험해야 한다. 해운대는 아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골목상권이다.

원주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원주만의 문화를 제공할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자꾸 부동산 투자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산업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다. 미래 산업이란 것은 제조업에서 창조 산업·문화 산업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미래 산업이 직결되는 곳이 원도심이다. 이런 여파가 실리콘밸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판교 같은 신도시다. 실리콘밸리에는 전원주택이 많고, 자동차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큰 대로변에 창고 같은 건물이 계속 이어져 있다. 애플도 이곳에 있다. 전혀 건축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 쇼핑도 야외 쇼핑몰에서 한다. 30년 전만 해도 교외도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전부 다운타운으로 간다. 저커버그가 사는 곳도 히피들이 살고 있는 홍대 같은 곳이다. 그들은 예술가나 청년들이 사는, 청년 문화가 있는 동네에 가서 살고 싶어 한다. 미래 산업, 창조 산업, 하이텍 산업의 중심이 신도시 지역에서 원도심으로 이미 이동한 것이다. 새로 창업하는 인터넷 기업들 모두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다. 기존 대기업인 페이스북이나 애플 등 모두 통근버스를 이용하는데 젊은 직원의 90%가 한 시간 거리인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통근버스가 없으면 오지를 않는다.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본사​를 옮기던지, 새로 창업을 해도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야 한다. 서울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판교나 분당에서 안 살고, 강남이나 강북의 골목상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자동차도 원하지 않고, 한 동네에 살면서, 즐기며 일하고 싶어 한다. 그 지역이 도시문화가 살아있는 지역인데 그것이 바로 원도심이다.

신도시가 관광지가 된 사례는 거의 없다. 원주를 보면 단구동은 아파트만 있는 곳이 아니다. 연립주택도 있고 공원도 있다. 이런 지역은 장기적으로 문화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 서울처럼 주상복합이 들어가는 단지를 보면 거리가 다 죽었다. 1~2km 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안 걸어 다닌다. 강남상권 전체 침체 이유가 점점 더 자동차 도시가 되어 간다는 거다. 연립주택, 대규모 단지, 페쇄적 건물을 지으면서 거리문화가 사라졌다. 신도시를 프랑스 파리나 우리나라의 한양처럼 거리문화 중심으로 설계하면 100년, 200년 지나 문화 중심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혁신도시처럼 설계하면 그곳에 사람이 모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정부가 지역성을 살리고, 문화 창조산업으로 가려면 원도심에서 산업을 키워야 한다. 혁신도시 명품화를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보면 상식에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혁신도시 구조 자체가 창의성이 좋지 않고, 둘째 혁신도시에 들어간 기업 자체가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일하는 공기업이다. 창업과 혁신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혁신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산업을 주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 맞다. 애초부터 그런 일을 안 하려고 공무원되고 공기업에 간 것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혁신도시에 투자하기 보다는 원도심에 기회를 줘야 한다.

골목지역을 낙후지역이라면서 ‘우리가 생활환경을 개선하자’ ‘재생하자’고 한다. 어떻게 보면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단순히 보호해야할 곳이 아니라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사회적 자본을 제공하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본이다라는 의미에서 「골목길 자본론」을 썼다.​

몇 가지 가정이 있다. 결국엔 문화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어느 도시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느냐. 원도심이 이미 많이 갖고 있고 이걸 잘 살리는 게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문화로 간다면 말이다.



라이프 스타일

요즘 젊은 사람들이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것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경제도 그런 식으로 변화한다. 트렌드가 탈 물질주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성세대는 기본적으로 가성비를 많이 이야기 하고 여유가 있으면 과시하는 소비를 한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차별적이고 주체적인 소비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이 주로 골목상권에 모여 들었다. 요즘은 ‘연대적 소비’라고 하는데 어떤 가게에 가면 주인과 고객의 코드가 맞아야 하고, 주인도 고객과 코드가 맞지 않으면 그냥 나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시키는 것 주지도 않고 굉장히 서비스가 좋지 않다. 오래된 세대 입장에서 보면 못마땅하지만 그걸 이해해야 한다. 연대적 소비를 이야기하면서 ‘수제’를 많이 이야기한다. 핸드 메이드, 내가 아는 사람이 만든 제품, 내가 사는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도 그렇지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필수 요건이다. 어디를 가든 메이드 인, 메이드 인이다. 그래서 ‘메이드 인 원주’, ‘메이드 인 일산동’을 많이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생각하고 탈 물질주의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많이 들어왔는데, 일본에서는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차별적 소비, 심리적 소비, 연대적 소비.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꺼번에 진행된다.

글로벌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 할 수 있다. 하나는 기술변화다. 또 하나가 가치변화다. 그런데 가치변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둔감하다. 우리가 매년 트렌드 리포트를 열심히 읽는데 우리는 트렌드를 유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게 세상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1970년대부터 서구가 탈 물질주의로 이동한다. 탈 물질주의는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다. 젊은 친구들이 적어도 표면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들이다. 개인도 그렇게 가고, 도시도 개성 다양성 삶의 질을 제공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탈 물질주의다.

4차 산업혁명은 탈 물질주의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그러니까 가치변화가 첫 번째고 기술이 따라가는 것이다. 모든 기술변화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온다. 캘리포니아가 원하는 사회다. 극도의 개인주의 사회다. 지난 40여 년 동안의 기술변화는 개인을 해방시키는 기술이었다. PC부터 시작돼 스마트폰, 공유경제, 블록체인까지는 중앙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개인이 조직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탈 물질주의의 이상이고 그런 사회를 위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50년 동안 축약만 해왔기 때문에 돈 벌려고 기술을 개발하고, 따라가려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주가 새로워지기 위해서 어떤 것을 개발해야 하는가라는 것은 고민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를 자꾸 따라가려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실현하면 트럼프가 따라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 중 좋은 것만 갖고 오겠다는데 미국을 통째로 가져오는 것이다. 미국이 4차 산업혁명 투자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트럼프가 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택하면 트럼프가 따라 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사회가 불안해진다. 부정적인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개인주의 사회가 아니고 가족, 공동체가 중요한 사회라고 한다면 4차 산업혁명도 그런 것으로 취사선택하고 주체적이어야 한다. 없으면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가치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살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이다. 인간이 기계에 대체되면 인간은 재미있는 일, 아름다운 일,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이 라이프스타일 창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기업, 산업, 도시, 나라가 성공한다. 우리나라는 많이 뒤진 편이다. 라이프스타일 면에서 말이다. 젊은 사람들도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한다. 외국사람 유치하려고 해도 안 온다.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안 한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은 수입품이다. 모든 트렌드가 사실은 캘리포니아, 미국 서부, 북유럽, 일본 등에서 온 것이다. 잉글허트 미시간대학 교수가 5년마다 주요 국가의 가치 변화를 추적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전통가치를 중시한다. 1980년대까지, 서유럽 북유럽은 세속적이고 탈 물질주의적 사회다. 일본은 유럽을 따라가고, 한국은 정체돼 있고, 중국은 거꾸로 내려온다.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지만 집단주의는 유지한다.

우리가 선진국이 됐는데, 되어 보니까 물질주의 선진국이 된 거다. 다른 선진국은 탈 물질주의로 도망가니까 우리도 탈 물질주의를 따라가는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먼저 나간 거다. 일본이 탈 물질주의 선진국인데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일본에 열광한다. 특히 일본 콘텐츠를 많이 좋아한다. 일본 공식 정부의​ 관광 슬로건이 ‘너의 라이프 스타일에 일본을 더하라’라는 식으로 우리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기분 나쁜 일이다. 한국에서 억압된 젊은이들이 왜 일본에 가서 자유를 찾고, 해방감을 느껴야 되는 지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은 24시간 편의점, 대형 할인마트, 비빔밥 등이다.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세계 트렌드랑 떨어져 있다. 어떻게 보면 젊은이들이 골목상권에서 창업을 원하는 데 기성세대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창업에 대한 아무런 문헌도 없다. 대부분 기존 지식인의 책들은 대기업 취업쪽으로 치중되어 있다. 지침서, 깊은 연구자료가 하나도 없다. 골목상권도 그나마 내가 연구했다. 젊은 친구들의 욕구와 기성세대의 연구가 분리돼 있어 젊은 세대가 일본으로 간다. 일본책만 읽는다.

미국은 기성세대가 이미 1970년대 탈 물질주의를 수용한다. 미국은 60년대가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대였다. 세대 갈등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식이 부모를 거부하고, 부모는 아이도 버리고 마약과 반전운동 등 심각한 과정을 거치면서 70년대 초 미국 주류사회가 히피 문화를 수용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탈 물질주의에 기반한 나이키, 홀푸드마켓 스타벅스 등 히피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 이후 전 세계로 뻗어 나간다. 일본도 사실은 미국에서 탈 물질주의를 수입한 나라다. 포틀랜드가 대표적인데 30년 전 만해도 조그만 시골마을이었다. 지금은 세계 산업으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성지 같은 도시다. 도시문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포틀랜드를 가려고 한다. 나이키 본사가 있고 세계적인 아웃도어 산업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홍대 같은 곳으로 환경운동도 강하다. 시민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동네 브랜드를 좋아하고 대기업 브랜드는 좋아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원주의 특징이 있으면 바로 그 특징에 맞는 세계적인 산업이 있어야 한다. 원주는 특징이 많다. 협동조합이 특징이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협동조합 기업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 사실 한살림을 배출했다. 그런 기업이 10여 개 있어야 한다. 본사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데 한살림은 아쉽게도 서울로 갔다. 협동조합 천국이라고 하니까 그걸 잘 살려서 원주만의 특색을 만들어야 한다.

원도심을 살리려면 소비자가 동참해야 한다. 원도심 문화 원도심 라이프스타일, 메이드 인 원도심 상품을 마니아, 충성고객이 사줘야 한다.

홍대 주민들, 이태원 주민들도 로컬에서 소비를 많이 해준다.

2014년 한국의 인기 있는 도시를 보면 제주가 제일 앞서고 부산 춘천 전주 강릉 경주가 있고 통영과 순천 안동도 들어 있다. 한국인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다. 한국인이 여행을 많이 가는 도시다. 대전과 대구 등은 좀 떨어졌는데 여행을 가지 않는 곳이다. 원주가 여기에 없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원주가 어느 순간 문화 정체성을 상실한 것 같다. 어쨌든 문화 정체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여행을 많이 가는 곳은 고유의 생활문화 기반이 다 있다. 강릉은 커피, 부산은 해양스포츠 등이다.

“우리는 보다 삶의 질이 높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살고 싶은,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봤을 때 원도심에 가능성이 있다.” - 모종린




정리 원상호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