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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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스토리_메인1.jpg | 조회수 | 3,384 |
생명협동교육관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배움터 글 김찬수 무위당사람들 기획관리이사
“교육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에요. 가르치는 선생이 때로는 학생이 되기도 하고, 배우는 학생이 선생이 되기도 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정신을 실천하는 상호작용입니다.” 생명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의 선구자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교육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생명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이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세상이 원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원주에서 길을 물어야 한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원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생명협동정신을 배우기 위해 원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원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편히 묵으면서 생명협동운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도량(道場)이자, 원주정신을 공유할 커뮤니티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 치악산 자락에 있는 이름도 정겨운 살구마을(행구동)에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뜻을 품은 ‘생명협동교육관’이 착공된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만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원주를 방문했습니다. 이 가운데 5천여 명이 생명협동운동의 선구자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 무위당기념관을 찾았습니다. 외지인들의 원주탐방은 체류형이라기보다는 대개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4시쯤 끝나는 하루일정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30~40명의 단체 탐방객이 버스를 대절해 원주에 도착하면 원일로에 있는 원주협동지원센터를 방문해 원주 협동조합의 역사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됩니다. 강연이 끝나면 무위당기념관으로 직행해 무위당 선생에 관련한 짧은 영상을 시청한 뒤 전시실에 걸린 선생의 서화작품을 빠르게 감상한 뒤 예약해놓은 인근 식당으로 몰려가 점심식사를 합니다. 오후에 한살림원주, 원주의료생협 같은 원주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한두 군데를 탐방하고 나면 어느새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집니다. 이런 식의 원주탐방은 코끼리 다리만지기식의여행일 뿐입니다. 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더 둘러보고 더 깊이 배워야 할 게 많이 남아있는데…’ 하는 아쉬움으로 가득합니다. 40년 역사를 지닌 원주의 생명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을 하루 일정으로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무위당기념관에 전시된 서화작품을 찬찬히 감상하며 글과 그림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기념관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지 원동성당은 꼭 둘러봐야 할 장소인데도 빠듯한 일정 때문에 생략되기 일쑤입니다. 무위당 선생을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선생이 시내를 오갈 때 걸었던, 원주천 둑방길에서 봉산동 무위당 선생 댁으로 이어지는 ‘무위당길’을 걸으며 선생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도 원주탐방의 매력입니다. 원주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무위당 선생과 협동운동을 함께 한 1세대 어르신들에게 서부개척사 만큼 힘들고 어려웠던 협동운동의 역사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팔순이 넘은 어르신들로부터 1960년대 그 척박했던 시절에 농촌과 광산에서 협동조합운동에 헌신한 얘기를 들으면 ‘원주 어르신들 정말 대단하구나!’하는 감탄과 함께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게 됩니다. 밤이 되면 원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중앙시장 2층의 청년몰 미로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원주를 생명협동의 도시로 가꾸어가는 젊은 활동가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밤새 토론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날엔 42번 국도를 달려 소초면 수암리 야트막한 동산에 있는 무위당 선생의 묘소를 찾아보고, 묘소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지는 치악산을 바라보면서 무위당 선생이 왜 치악산 ‘원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산’이라고 말하면서 ’모월산(母月山)‘이라고 불렀는지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둘러봐야 “원주를 보았노라!” 자랑할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원주탐방이 주마간산(走馬看山)식 하루 여행으로 끝나는 이유 중에는 단체 탐방객들이 체류하면서 원주정신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도, 이들을 편안히 모실 수 있는 맞춤한 장소가 원주시내에는 드물다는 점도 있습니다. 작년에 원주시에서는 원주를 찾는 방문객들이 편히 묵으면서 원주를 배우고 돌아갈 수 있도록 행구동 얼광장 옆에 매입해놓은 5층짜리 숙박시설을 개조해 생명협동교육관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님들이 교육관의 필요성에 공감해 예산 확보에 힘을 모아주었습니다. 특히 정부에서 특별교부금을 세워 준 것은 생명협동의 도시 원주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봄이면 원주정신으로 대표되는 생명사상과 협동운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강의실과 무위당 선생님의 삶을 조명하고 서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 방문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쉼터를 갖춘 생명협동교육관이 첫 삽을 뜨게 됩니다. 치악산이 두 팔 벌려 품어 안은 교육관에 우리시대에 절실한 공동체 정신의 복원을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생명·협동 정신을 공부하고, 지역의 젊은이들은 이곳을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는 혁신의 공간으로 만들고, 지역과 지역이 교류하는 가운데 무위당 선생의 뜻을 배우고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己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원주정신’을 배우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원주로 향할 것입니다. 부디 생명협동교육관이 생명사상과 협동정신을 구현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열린 배움터이자, 공동체 정신을 실현하는 평생시민교육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글은 원주투데이 2019년 1월 7일자에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