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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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어린이이야기1_1.jpg | 조회수 | 3,132 |
놀기 좋은 놀이터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자주 찾은 곳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놀이터였다. 친구와 함께 마주앉아 두 다리를 꼰 채 그네를 타는 이른바 ‘바이킹’을 타거나, 모래 위에 반쯤 나온 타이어 위를 걷다 바람 빠진 곳을 디뎌 놀라기도 했다. 꽈배기처럼 꼬인 미끄럼틀을 타다 짜릿한 정전기 맛을 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 놀이터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였다. ![]() ![]() 똑같은 놀이터 그런데 한국 어느 지역을 가도 놀이터의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적어도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원주에 있는 동네 놀이터와 부천에 사는 이모네 동네 놀이터는 외관상 큰 차이가 없었다. 미끄럼틀과 그네 같은 놀이기구는 ㄱ자 혹은 ㄷ자 형태로 연결되었고 대개 나무색이었다. 철봉 같은 운동 기구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놀이터이기보다 체력단련시설에 가까웠다. 어째서 이런 획일적인 모습이 된 걸까? 자료에 따르면 1972년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이 전면 개정된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시기 즈음에 주택건설(아파트) 사업이 증가하면서 주택 품질을 관리하는 ‘주택건설 기준에 관한 규칙’도 추가되었다. 이 규칙에 따라 아파트단지가 갖추어야 할 각종 부대복리 시설의 기준이 생겼고 바로 여기에 어린이 놀이터 설치 기준이 포함되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택건설 기준에 관한 규칙,1979] 1 어린이 놀이터는 1개소의 면적이 150㎡이상이고 폭이 9m이상이어야 한다. 2 주변에는 상록수를 식재하여 차폐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3 놀이시설 : 그네, 미끄럼대, 철봉, 모래판, 씨이소오(시소), 공중변소, 음수기, 의자 △그네 : 높이 2m 이상인 3인용 △미끄럼대 : 활주면 너비 0.5m 이상 △모래판 : 그네, 미끄럼대 및 철봉의 주변에는 두께 0.3m 이상 △의자 : 5인용 긴 의자 6개 이상 등 그런데 이 규칙은 1990년에 이르러 폐지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똑같은’ 놀이터가 계속 만들어졌다. 『건축이 바꾼다』저자 박인석은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안전인증 받은 제품만을 설치할 수 있는「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획일화된 놀이시설 제품시장과 설계 시장의 부재를 꼽았다. 이렇게 찍어내기를 반복하던 놀이터 설계 방식이 최근 변화에 바람을 맞았다. 시설 재질의 변화를 주거나 만화 캐릭터 장식 추가를 시작으로 2016년 순천시에서는 ‘기적의 놀이터’를 선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제도가 많다. ![]() 위험해도 괜찮은 놀이터 다른 나라의 놀이터 사정은 어떨까? 베를린에 사는 제니스Jannes는 어린 딸과 함께 베를린 곳곳에 있는 놀이터를 탐색한 결과물을 담은 Find the best playgrounds in Berlin!(베를린에서 최고의 놀이터를 찾아보세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서 소개되는 놀이터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사이트 제작자는 놀이터의 테마를 크게 성, 해적선, 모험, 자동차/기차, 실내 놀이터로 분류했다. 이런 놀이터는 독일 출신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찌히Gunter Beltzig의 설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 대부분 바위, 나무 등 자연 소재를 활용했고 자칫 어린이에게 위험할 수 있는 디자인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디자이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린이는 스스로 경험하면서 위험을 판단합니다. 너무 높이 올라갔다 싶으면 스스로 내려오고 들어보고 무거우면 내려놓는 것처럼 말이죠.” 독일의 놀이터는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하는’ 한국 놀이터와 달리 자유로운 설계만큼 소재나, 놀이시설 높이와 종류가 다양하다. “또 한국 운동장처럼 큰 공간보다는 작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뭉쳐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나무 아래, 화단 같은 작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습니다.” 한편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딸을 키우고 있는 한 한국인의 말에 따르면 “독일 유치원은 비가 온 다음 날에 놀이터가 다 젖어있더라도 장화를 신고 방수 옷을 입혀 놀게 합니다.”고도 말한다. 독일 어린이 놀이 문화는 이처럼 어른의 개입(보호)을 최소화 하고 자연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한다. 참고자료 박인석 『건축이 바꾼다』(마티, 2017) Find the best playgrounds in Berlin! (http://berlin-playgrounds.de) <공유자적2-독일 놀이터 디자이너가 말하는 ‘놀이의 가능성’> (사회적경제소식지 ‘세모편지’ 2014.06.02) <독일 유치원에 ‘통유리’가 많은 이유> (오마이뉴스, 2019.01.10, 최주영)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 한국의 놀이터를 가다> (한겨레영상뉴스, 2017.06.18) ![]() ![]() 글·정리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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