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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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송강영철.jpg | 조회수 | 3,292 |
천년의 문화 간직한 길
섬강은 길이 73km, 유역면적 1,303.40㎢의 한강 제1지류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屯內面)과 평창군 봉평면(蓬坪面)의 경계에 솟은 태기산(泰岐山)에서 발원하여 서쪽으로 흐르다가 원주시를 지나 남서쪽으로 물길을 바꾸어 강원·경기도가 접하는 지점 가까이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비교적 강수량이 많은 지역을 통과하므로 수량이 많고 협곡에는 경승지가 많다. 그 빼어난 절경을 간직한 곳에 자전거 길이 들어섰다.
문화유적지 가득한 절경의 길 섬강 자전거 길은 횡성군 마옥리 수백초등학교 인근 수백교부터 시작된다. 횡성호와 병지방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은 대관대교에 이르러 서로 만난다. 그곳부터 섬강 자전거 길 52.8Km가 물길을 따라 펼쳐진다. 물길을 따라 횡성군 마옥리와 내지리를 지나 횡성종합운동장을 왼쪽에 두고 자전거 길은 계속된다. 갈풍리를 지나 가담리 인근에서 잠시 섬강을 버리고 반곡 저수지를 향해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수고로움도 잠시, 도중에 만나는 허수아비 공원은 라이더에게 덤이다. 중앙고속도로가 나타나는 언덕 정상부에서 원주를 알리는 표지판을 만난다. 내리막 길을 지나 장주기요셉 재활원과 원주시 호저면 광격리 샘골, 영산마을을 거쳐 옥산리까지 지방도를 조심히 달려야 한다. 도중에는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피체지를 알리는 표지석도 정겹다. ‘모든 이웃의 벗 崔보따리 선생님을 기리며- 天地卽父母요 父母卽天地니 天地父母는 一體也니라’라는 글귀가 잠시나마 숙연하게 만든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글씨다. 표지석을 지나 10여 분 달리면 드디어 섬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원주 나들목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섬강의 아름다움을 만난다. 원주천과 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는 높이가 상당한 자전거길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기암절벽의 산세를 옆에 두고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길은 마음마저 청량해짐을 느낄 수 있다. 가는 길에 호저면 산현리와 무장리, 매호리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산골마을의 매력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 덧 동서울레스피아 인근에 도착하고 다시 오르막길은 시작된다. 힘겹게 고갯길을 차고 오르면 왼쪽으로 돼지문화원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또 다시 섬강 줄기와 조우한다. 잠시 만난 섬강이 눈에서 멀어질 쯤 언덕이 나타나고 허위 허위 오르다보면 어느새 간현관광지다. 지정대교를 옆에 두고 섬강을 따라 힘차게 발질을 하면 넓은 섬강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가는 중에 폐사지인 흥법사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흥법사지와 흥원창에서 바라보는 비경 1984년 6월 2일 강원도문화재자료 제45호로 지정된 흥법사지(興法寺址)는 『고려사』에 기록이 남아 있다. 937년(태조 20년) 당시 왕사(王師)였던 진공대사 충담(忠湛)이 입적하자 940년 진공대사의 부도탑이 있는 원주 영봉산(靈鳳山) 흥법사에 태조가 직접 비문(碑文)을 지어 진공대사탑비를 세웠다는 기록이다. 이 같은 기록으로 볼 때 흥법사가 신라 때부터 있던 사찰임을 알 수 있다. 흥법사지를 둘러보았다면 평지에 가까운 섬강을 영동고속도로와 함께 달릴 수 있다. 속세의 고민 따위는 곧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 지나면 곧 섬강 자전거 길은 아쉽게 끝난다. 섬강 자전거길은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인근에서 끝이 난다. 시간이 남았다면 부론면 흥원창까지 가는 것이 좋다. 흥원창은 고려 13개 조창의 하나로 원주(原州) 은섬포(銀蟾浦)에 있었다. 조창에서는 전년에 거두어 저장한 세미(稅米)를 이듬해 2월부터 4월까지 경창으로 운송하였는데, 흥원창에는 세미의 운송을 위하여 200석을 적재할 수 있는 평저선(平底船) 21척이 배치되어 있었다. 또 판관(判官)이 파견되어 창고와 운송 업무를 관장하였으며, 중앙에서는 감창사를 파견하여 때때로 발생하는 세미의 횡령과 기타 부정행위를 조사 ·감독하였다.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나, 후기에는 관선조운(官船漕運)이 쇠퇴하고 사선업자에 의한 임운(賃運)이 행해지면서 그 기능은 쇠퇴하였다. 흥원창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명소다. 석양이 질 무렵 도착했다면 반드시 보아야 할 경관 중 하나다.
글 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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