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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천길[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02
첨부파일 원주천길.jpg 조회수 3,381

배말나루길

 

여유와 활기 넘치는 시민들의 길



배말나루길은 우산동 북원교 아래에서부터 시작해 천변을 따라 남쪽으로 쭉 걷다 하천 건너편으로 거슬러 돌아오는 9.4km 길이의 걷기길이다. 원주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원주 천 둔치는 원주 굽이길 21번 코스로 지정되기 전부터도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책로였다. 도중에 있는 봉산동 철교 밑 마을 이름이 바로 ‘배말’로, 지금은 유량이 많이 줄었지 만 옛적에는 이곳까지 거룻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코스의 시작점인 북원교는 학다리라고 불린다. 인근에는 매년 겨울 얼음이 얼면 썰매장이 개장하기도 한다. 다리 아래로 내려서니 여름내 비를 맞은 억새 따위가 숲을 이루어 기운 햇빛을 맞고 있다. 강변교 아래를 지나며 굽이를 돌면 멀리까지 곧게 뻗은 원주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걷는 방향의 오른쪽 마을은 ‘정지艇址뜰’이라 불리는데, 이곳에 있던 나루터에서 배들이 쉬어가 붙은 이름이라한다. 여기까지는 아직 인적이 조금 드물다.
길은 평탄하게 이어지고, 이따금 맞은편으로 연결된 소교량들이 나타난다. 이내 들풀이 무성했던 길은 한결 정돈되어 만개한 계절꽃밭이 펼쳐졌다. 자전거가 한두 대씩 지나가고, 반려동물과 산책을 나온 사람도 눈에 띈다. 맞은편에는 게이트볼장이 넓게 펼쳐 있어 아침나절부터 어르신들이 운동을 즐기고, 이쪽 편에는 물가에 파라솔을 꽂고 해질녘까지 낚싯대를 드리운 한가로운 강태공들이 여럿이다.

태학교 아래에서부터는 둔치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량에 유의하며 걸어야 한다. 중앙선이 놓인 철교 위로는 이따금 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지만, 왜가리와 흰뺨검둥오리는 놀란 기색도 없다. 다리 아래로 팔뚝만한 잉어도 유유히 물길을 헤친다.

봉평교 아래를 통과한 후 배말타운 아파트를 마주한 주차장에서는 4월부터 12월 김장철까지 매일 아침 새벽시장이 열린다. 새벽 4시 이후면 빼곡히 좌판과 천막이 펼쳐 지고, 신선한 지역농산물을 사고팔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곧이어 나오는 원주교는 쌍다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데, 오일장이 열리는 매 2·7일이면 풍물시장은 물론 배말나루길까지 들썩인다.

개봉교를 지나면 원주시에서 조성한 생태 수로가 나타난다. 해가 지고도 이곳은 여전히 활기차서, 다리 아래나 후미진 벤치에 앉아 밤늦게까지 색소폰을 연습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반환점인 인라인스케이트장이 나타난다. 이 인근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는 물론 스케이트보드나 자전거, RC카나 드론 조종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때로 응급의료전용헬기가 인라인스케이트장에 착륙하는 때도 있다.

이제 다리를 건너 맞은편에서 다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점으로 돌아가면 된다. 너른 잔디밭과 평탄한 길을 따라 걷거나 조깅 하는 사람들, 돗자리를 펼치고 피크닉을 즐기거나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는 시민들도 보인다. 

한참을 걷다 보니, 원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이 길 위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먼동이 트기 전부터 눈을 떠 서로의 정을 교류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일과에 지친 몸을 이끌고 나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에너지 를 얻을 수 있는 길. 사랑하는 가족들과 웃고 떠들며 산책할 수 있는 길. 배말나루길에서 바람을 마주하며 활기를 느껴본다.​




글 이새보미야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