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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무위당 장일순 선생 25주기 생명협동문화제 [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6-28
첨부파일 도법스님_추모강연.jpg 조회수 3,069

도법스님(지리산 실상사 회주)추모강연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임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뵙고 말씀드리게 되어서 여러 가지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방금 전 아이들 노래하는 걸 보니까 무위당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씀, 또 그분이 갖고 계셨던 뜻이나 바람들이 너무나 잘 담겨있고 너무나 잘 표현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는 그야말로 안 해도 될, 그야말로 군더더기 같습니다. 비록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인연이 되었으니 얘기해 보겠습니다. 내용적으로 보면 아이들 이야기는 대단히 아름다운 장면이기도 하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인생살이란 현실적으로 거칠잖아요. 거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되고요. 여기저기 순례를 다니면서, 한살림 식구들하고 이런저런 만나는 자리가 있었고, 또 이런저런 모인 자리에서도 나누는 경우도 있었고 여기저기 무위당 선생님 전시회가서 전시회를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과정에서 작품에 쓰여 진 그 한 말씀,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이 구절을 접하는 순간 저에게는 대단히 강렬하게 전율 같은것이 왔었습니다. 저는 불교를 하는 사람으로서, 불교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도연기(中道緣起)’란 말로 요약되어지는데 이‘연기’라는 말로, 말하고자하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뭔가 가슴에 가 닿도록,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이 되도록 전달될 수 있는 그런 표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구절을 보는 순간 ‘연기법’의 뜻을 사람들의 가슴에 잘 전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 이상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 나름대로 천착해 왔던 연기법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훨씬 더 깊어지고 이것이 실제 삶으로 깊이 스며들고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대단히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장일순 선생님은 그 분 제자들을 통해서 말로만 얘기를 들었고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등 책을 통해서만 그분의 세계관이나 정신들을 접했었는데 저는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잘 전달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서울을 왔다갔다하면서 서울에서 배려문화운동 하는 분들과 대화하는 작은 모임 자리가 있었어요. 그 곳에서 제가 무위당 선생님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 말 그대로 쓰려면 절차가 복잡하니까 그 말을 오히려 반전시켜서 ‘미처 몰랐네’를 ‘이제 알았네’로 바꿔서 하면 좋겠다라고 해서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였다는 사실을’로 바꿔서 배려 문화운동을 하자고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진화를 한 것이죠. 요즘 소소한 모임에 가보면 ‘마음 나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니까 핵심은 두 마디 입니다, 하나는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경우고 하나는 고마워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이 ‘미처 몰랐다’는 얘기하고, ‘미안하다는 마음’하고, ‘이제 알았다’는 얘기하고 ‘고맙다는 얘기’하고를 잘 엮으면 부처님이 깨달았다고 하는 ‘연기법’의 내용을 잘 전달하기도 하고, 실제 삶에 적용시켜서 우리 아픔을 치유하기도 하고 우리 희망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저는 이런 것들을 모두 엮어서 조그만 문장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목을 ‘붓다의 깨달음송’이라고 붙였습니다.

내용을 보면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임을 / 그대가 나임을 / 그대가 나이었음을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임을 / 그대가 나임을 / 그대가 나이었음을 /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입니다.

저는 이것이 노래라기보다 기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다보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미안한 마음을 잘 심화시키고 충만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순화시키고 승화시키고 자기 자신의 이러저러한 문제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힘으로 작동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고마운 마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것을 창원에 계신 분이 곡을 붙였어요. 진짜 노래를 만든 셈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을 만든 것은 노래보다는 기도의 내용으로 각자가 자기 흥대로 되풀이해서 음미하고 되새기고 되새기면 미안한 마음들이 우리를 정말 지키기도 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우리를 승화시키기도 하고 삶의 이러저러한 아픔을 치유하기도 하고 희망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진행했습니다.

시간에 쫓겨서 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무위당 선생님의 이 세계관과 정신, 이런 것이 우리 현실 속에 어떻게 작용을 하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 문제를 풀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봅니다. 한반도 우리 민족이 남북으로 또는 좌우로 갈라져서 서로 원수처럼 되어있고, 또는 전쟁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전쟁 뉴스를 보면서 우리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함께 살아야 될 우리 식구라는 사실을 그동안 잘 몰랐던거죠. 말은 우리가 같이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거기는 편이 갈릴 수 밖에 없고, 서로 경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내용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문제를 다루면서는 미처 몰랐던 것에 대한 깨우침이 있었고, 우린 정말로 함께 살아야 될 한 식구고, 한 형제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다고 할까요? 깨달았다고 할까요? 터득했다고 해야 할까요?

함께 살아야 된다고 하는, 어쩌면 만고의 진리 이기도 하고 우리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한 거죠. 그러면 함께 살아가야 할 경우 지금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고 보니까, 결국은 평화라고 하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 평화가​ 현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같이 징검다리를 놓아 가자, 이게 남북정상회담이고, 어떻습니까? 기적을 만들어낸 거죠. 저는 무위당 선생님의 이런 세계관과 정신이 오늘 우리사회 현실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어지고 실현되어진 대표적 사례가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적 같은 길을 열어냈습니다.

그래서 전쟁 불안의 한반도가 평화의 꽃바람이부는 한반도로 바뀌었습니다. 불구대천의 원수인 김정은이 평화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건 기적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 기적을 이제 우리 안에서도 일으켜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남북정상회담에 담겨있는 지혜가, 남북사회에 놓여있는 냉전을 녹여내고 걷어내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또 하나의 냉전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우리 안의 냉전입니다. 오늘(5월18일)만 하더라도 광주에서,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어져야 하고, 사실은 광주의 아픔이 새롭게 전환되고 승화되어야 할텐데, 계속 덧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 안의 냉전 문제인 것이죠. 우리 안의 이 냉전을 걷어내는 일, 우리 안의 이 냉전을 녹여내는 일, 이 부분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은 국민이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북정상회담에 담겨있는 지혜를 우리 안으로 가져 와서 우리 안의 냉전이 녹아날 수 있도록 우리 안에 얽혀있는 냉전이 풀리고 걷힐 수 있도록 이런 작업들을 하기 위해서 우리 안의 정상회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것이 제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제안하고 있는 요즘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 일을 저는 무위당 선생님을 기리고 있는 무위당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깊이 검토하고 깊이 천착하고 깊이 모색해서

그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열어가도록 하는데 일어섰으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무위당 선생님도 대단히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이 자리가 바로 무위당 선생님이 참으로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한번 제대로 해볼 수 있도록 우리가 발심하고 원을 세우는 그런 자리면 좋지 않겠는가라는 바람을 말해 봅니다. 목소리를 잘 못쓰지만 노래를 한 번 하고 끝을 내겠습니다.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이었음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이었음을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정리 원상호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