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7-22 |
---|---|---|---|
첨부파일 | 책방.jpg | 조회수 | 2,983 |
동네책방에서 만나는 취향공동체 2010년대의 문이 막 열릴 무렵이었다. 단출한 인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 가 주목 받기 시작했고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1)의 핵심이라 일컫는 1990년대 생들이 20대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미지가 곧 자아이자 자산이고, 집단보다 개인이 우선인 시대가 밝아오며 세계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 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독립출판 처음 독립출판물을 접하게 된 곳은 당시 홍대 산울림극장 근처에 있던 서점 ‘유어마인드’였다. 당시 홍대는 ‘예술가’가 몰려드는 동네였다. 서점은 홍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그것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힘겹게 5층까지 올라가 서점 문을 열면 제일 처음 젊은 부부가 보였다. 서점 전체를 감싸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책꽂이를 위를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고양이도 보였다. ‘홍대’에서 ‘젊은 부부’가 ‘고양이’를 키우며 국내와 해외 ‘독립출판물’을 파는 모습은 당시에는 정말 신선한 풍경이었다. 서점 분위기만큼이나 독립출판물도 개성이 넘쳤다. 지금도 기억나는 몇 권의 책이 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오빠의 어린 시절 일기를 옮긴 <오빠일기>(안미지) 와 20대 청년들의 고민을 담은 <헤드에이크>(정지원 외)다. <오빠일기> 별다른 내용 없이 어린 시절 오빠 사진과 그 시절 오빠가 쓴 일기가 나란히 있다. 오빠의 정보는 아무것도 없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먹먹하고 코끝이 찡해진다.
<헤드에이크> 2009년 당시 막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이 모여 만든 잡지다. 0호 ‘졸업 후 뭐하세요?’부터 3호 ‘독립 언제 할거야?’ 8호 ‘대체 사랑이 뭐죠?’ 등 20대 청춘의 고민이 12호에 걸쳐 출간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은 세대 [네이버 지식백과] ![]() 직접 해 본 독립출판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독립출판 건축잡지 <매거진 파노라마>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버스를 타고 서울 건축을 읽는’ 이 잡지는 여러 명의 필진과 디자이너, 포토그래퍼가 모여 연 1회 발행했다. 매호 버스 노선을 하나 정해 직접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글이나 사진으로 풀었다. 보통 회의는 매월 초여름에서 시작해 주 1회 씩 가을까지 진행했다. 제작비는 청년 활동 사업 지원금과 회비를 통해 갹출했다. 발행 부수는 500부였다. 편집장은 돌아가면서 맡았다. 각자가 쓴 글은 구글독스(구글 문서 도구)에 공유한 뒤 비평, 교정·교열을 거쳐 최종 원고를 완성했다. 이후 촬영과 디자인 작업을 거쳐 책을 마무리했다. 주로 작은 책방을 통해 유통했 고 2009년부터 열리는 ‘언리미티드에디션’ 같은 북페어를 통해 소비자를 만났다.
독립출판과 동네책방 2019년 현재 전국에 등록된 서점은 500여 개에 이른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확장으로 많은 서점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이렇게 서점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보편화 된 독립출판 시장이다. 이제는 콘텐츠와 예산, 편집 기술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책을 만들 수 있다. 기존의 판형과 디자인, 내용에 얽매이지 않은 독립출판물은 유통 방식 역시 기존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형서점 대신 동네책방 또는 전시회나 책 박람회를 통해 소비자를 만난다. 독립출판물은 나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이들은 단순히 책을 사서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낸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곳은 주로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 기반 SNS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주로 소량(500부 미만)으로 인쇄하기 때문에 1000부 이상 대량으로 찍는 일반 책 제작 단가보다 비싸다. 또 재고가 많지 않아 책이 널리, 많이 유통되기 어렵다. ![]() ![]() 책방과 취향공동체 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8.3권이라고 한다. 1년 채 10권도 읽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현상과 달리 2010년대 들어 서점 수는 크게 증가했다. 책을 소비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왜 하 필 책방일까? 동네책방, 작은책방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스마트폰 기술이 발달해 SNS가 활성화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대량생산의 시대를 넘어 취향의 시대가 된 것이다. 각자가 보고 느낀 것을 드러냄으로써 나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과 이어진다. 이 과정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과거의 책이 ‘지식- 인간’ 사이에 있었다면 지금의 책은 ‘인간-인간’을 잇는다. 본래 책이 갖고 있던 지식 공유 역할을 넘어 커뮤니티 수단이 되었다. 책방은 이런 취향 공동체를 위한 만남의 장 역할을 하기에 손색없다. 앞으로도 책방이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를 탐색하고 공유하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동체를 위한 만남의 장 역할을 하기에 손색없다. 앞으로도 책방이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를 탐색하고 공유하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 글·정리 이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