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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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2.jpg | 조회수 | 2,086 |
“원주민과 귀촌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마을이에요” 홍천 시내를 지나 인제 방향으로 가는 44번 국도를 탔다. 눈을 두는 곳마다 단풍이 내려앉은 산이 지천이었다. 국도변에는 ‘화양강 휴게소’나 ‘백두산 휴게소’ 같이 예스러운 이름을 가진 휴게소가 짤막한 간격을 두고 이어졌다. 가을 풍경을 한껏 품은 44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408번 지방도를 따라 굽이굽이 들어갔다. 그렇게 10분을 더 들어가니 ‘괘석 영농조합법인’과 ‘바회마을’이 동시에 쓰인 입간판이 보였다. 괘석 영농조합법인 고요한 주변 풍경과 달리 매점과 식당, 김치공장이 있는 건물 안팎으로 대기업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기업과 복지 재단, 농촌마을이 함께하는 ‘김장김치 나눔’ 행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야외에 마련한 천막에서 위생복을 입은 여러 사람이 열심히 김치 속을 채웠다. 그리고 이들 앞으로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이 적힌 하얀 스티로폼 박스가 가득했다. “‘김장김치 나눔’ 행사랑 홍보 영상 제작 건으로 오신 팀, 그리고 지금 하시는 인터뷰 팀까지 오늘 3팀이 한꺼번에 오셨어요.(웃음)” 행사를 주최한 기업에서 요청한 영상 인터뷰를 막 마친 홍성기 대표가 말했다. “삼성물산과는 6년째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여러 임직원의 수고로 이곳에서 매년 1,300박스 김치를 만들다가 내부 사정으로 절반이 줄어 지금은 650박스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어요.” 삼성물산 이전에는 한국공항과도 교류했다. “기업과 농촌이 함께하는 ‘1사1촌’ 행사로 몇 년 동안 함께 하다 회사 내부 사정으로 작년부터 중단되었어요. 주차장 쪽 화단을 자세히 보시면 교류 당시에 심었던 식수를 보실 수 있어요.” 2007년 체험형 마을로 시작한 괘석 영농조합법인은 마을 주민 60여명이 함께 운영하는 법인이자, 영농조합이다. 주요 사업 영역은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과 김치 생산이다. “김치공장(김치만들기 체험 포함)과 펜션, 농산물 판매는 법인에서 맡고 체험 프로그램은 영농조합에서 진행해요. 사업 영역에 따라 나눈 것뿐 사실상 같다고 보시면 돼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만 하더라도(2000년대 중반)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전부 농사를 지었는데요. 이 때문에 안정적인 농산물 판로 확보가 중요했어요. 그리고 체험마을을 육성을 장려하는 당시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화전민 이야기 홍 대표는 판로 확장 당시에 농협중앙회와 함께 음식 체험 행사를 언급했다. “농사 체험은 다 비슷한데 음식 체험은 또 다르잖아요. 그런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마을의 뿌리를 찾으면서 ‘화전민’을 주제로 한 축제까지 연결된 거예요.” 괘석 영농조합법인의 또 다른 이름은 바회마을이다. 마을의 많은 바위가 층을 이루고 쌓여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여기에서 나고 자랐지만 사실 바회마을 대한 오래된 역사는 잘 몰라요. 이곳이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이 모여 만든 마을이거든요. 여기가 원래는 ‘수복지구1)’였어요. 우리 할아버지는 황해도 해주 출신이고요. 한국전쟁 전에 평창 봉평면에 왔다가 한국전쟁 후에 여기로 와서 정착하셨대요. 여기 마을 주민 대부분이 다 비슷한 사연이 있어요.” 화전민은 산에 불을 지펴 들풀과 잡목을 태운 뒤 그곳에다 농사를 짓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전쟁 이후 이곳으로 정착한 실향민은 산지가 많고 지형이 험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을 것이다. 이런 사연을 안고 6년째 ‘바회마을 화전민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10월 19일에 열었어요. 바회마을 생활 공연부터 전통 혼례, 화전민 생활 민속품 전시, 사진 전시, 산나물 부침개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어요.” ![]() 마을의 자랑거리 “우리 마을은 제품을 가지고 승부를 봐요 여기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맛있게 김치를 담가서 정직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해 자신 있어요. 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배추 가격이 오르면서 긴 고민 끝에 가격을 올렸어요. 가격을 올리는 것이 소비자분들에게 무척 죄송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올해의 판매 목표량에는 도달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자연스러운 홍보로도 이어졌다. “저희는 별도로 돈을 내고 광고를 하지 않아요. 오죽하면 다른 유통업자들이 광고비를 내지 않고도 어떻게 그렇게 했냐고 물을 정도에요. 2개의 큰 회사와 자매결연으로 안정적인 판로 확보했고 일회성이었지만 서울 면목동, 혜화동 등 행정기관과 함께 행사를 진행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마을의 자랑거리는 하나 더 있다. “우리 마을은 원주민과 귀촌인이 대립하지 않고 모두 함께 만들어 가요. 그리고 수익을 나눌 때에도 생산 농가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갖췄어요. 예를 들어 농산물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마을 운영비로 10%만 떼고 나머지는 생산 농가 위주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식으로요. 또 마을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자주 모여요. 물론 두어 분 정도는 몸이 좋지 않아 빠지시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협의가 잘 되는 편이에요.”
마을기업(3년 차) 괘석 영농조합법인은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고도화 마을기업(3년 차)’이다. 노하우가 궁금했다. “마을기업이면서 기업이어야 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마을기업이 갖는 여러 가치 중에 하나가 고용 창출이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 수익 구조에 바짝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이어 소신을 밝혔다. “사실 마을기업 회의를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고민이 많아졌어요. 뭐랄까요. 마을기업의 가치를 공유하기보다는 지원금 중심의 회의 같았지요. 단순히 지원금에만 의존해서는 안 돼요. 기업이 스스로 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더 가치 있는 마을기업이 많아지고 오래오래 지속되지 않을까요?” 이어 아쉬운 점도 언급했다. “사실 이번에 3차 심사를 가서 우리 마을기업에서 필요한 것을 먼저 밝히고 이렇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광고’와 ‘유통’ 같이 이미 지원 범위가 정해져 있더라고요. 내 생각은 그래요. 마을기업마다 업종이 다른 만큼 특정 지원 범위를 정하지 않고 조금 더 유연하게 확장했으면 어떨까 싶은 거지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그 자리에서 이런 이견을 밝혔음에도 3차년도 마을기업으로선정된 것은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오늘 마을 전경을 드론으로 촬영할 수 있었지요.” 앞으로의 길 ‘애지중지 김치’는 괘석 영농조합법인이 자체적으로 만든 김치 제품명이다. 2013년 지금의 부지에 120평짜리 김치 공장을 세우며 함께 만들었다. “마을에서 줄곧 배추 농사를 많이 지었어요. 공장을 짓기 전에는 주로 배추 판매를 통해 수익을 냈고요. 하지만 배추 생산, 판매만으로는 농가 소득이 안정되기 어렵더라고요. 고심 끝에 배추를 가공해서 판매할 수 있는 김치 공장을 만들었어요.” 2017년에는 HACCP(해썹)2)인증도 받았다. “‘애지중지 김치’는 상표권 등록까지 마친 우리의 김치 브랜드에요.” 그러나 공장이 운영되는 시간은 매해 2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김장철인 딱 이맘때에만 공장을 돌렸어요. 대용량 위주의 김치를 생산했거든요.” 그런데 내년부터는 공장 운영 시간을 연중으로 더 확장할 예정이다. “해썹 인증까지 받았는데 2개월만 하기에는 아까웠어요. 여러 고민 끝에 소포장 김치를 생산하기로 했어요. 보통 절임배추는 50대 이상 주부들이 선호하고 3,40대 젊은 층은 아예 김장을 안 하려고 하잖아요. 대신 김치를 사 먹는 추세지요. 또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혼밥’도 늘고요. 소포장 김치를 생산하기 위해 최근에 소포장 기계도 새로 들여놨어요. 내년에는 공장이 연중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지요.” ------------------------------------------------------------------------------------------------------------------------------- 1) 북위 38도 이북 중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에 따라 대한민국에 편입된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을 말한다. 2)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 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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