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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서 보낸 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3-30
첨부파일 시네마.jpg 조회수 1,912


 

영화관이 사라졌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친구들과 가장 많이 간 곳이 바로 극장이었습니다. 원주에는 시공관과 아카데미, 문화극장, 원주극장 등이 대표적인 곳이었습니다. 극장 앞에는 먹거리를 판매하는 분들과 사먹으려는 시민들로 붐볐고, 극장 안도 대부분 매진이던, 그야말로 극장으로서는 대목인 날이었습니다. 자리가 모자라 계단에 앉거나 심지어는 서서 보는 관람객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영화사들도 설과 추석을 겨냥한 영화를 제작하고는 했지요. 이제는 추억의 극장들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대형 영화관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올해 설날도 영화관에는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을 텐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코로나19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관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가 휘청거립니다. 사상 처음으로 초·중·고의 개학은 3주를 미뤘고, 대학들도 개강을 2주나 연기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슬기롭고 지혜롭게 이 난국을 벗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이런 와중에 <월간 원주에 사는 즐거움 스토리그래픽>이 2020년도 우수콘텐츠잡지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2016년 10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강원 영서지역의 사회적 경제와 풀뿌리 지역 문화의 가치를 기록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2017년 3월부터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와의 협업으로 국제협동조합연맹 협동조합 7대 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 간 협동’을 실천하고 있기도 합니다. 생명 사상과 협동조합의 메카, 원주를 중심으로 풀뿌리 지역문화 가치와 사회적 경제를 통해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이야기를 꾸준하게 발굴하고 기록한 것이 우수 콘텐츠 잡지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적 경제 조직의 살아있는 이야기, 우리 고장의 따뜻한 이야기를 더욱 많이 발굴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우수콘텐츠 잡지에 선정된 것은 <월간 원주에 사는 즐거움 스토리그래픽>을 사랑해주고 아껴주신 독자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격려, 따끔한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코로나19 사태가 조만간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편집장 원상호


여는 글
영화와 조금 가까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입학도 하기 전에 마치 <수학의 정석>과도 같은 류의 <영화의 이해>를 끼고 수 십 편의 흑백 영화를 보며 감상문을 썼습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극장이나 비디오, TV에서 틀어주는 몇 편의 영화가 감상에 전부였는데 말이죠. 무성영화니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이니, 버즈 아이 뷰 숏이나(bird’s eye view shot)나 오버 더 숄더 숏(over the shoulder shot) 같은 단어가 교과서에서 나오는 단어보다 더 익숙했습니다. 박찬욱, 봉준호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허우 샤오시엔, 에릭로메르, 다르덴 형제 등의 국내외 감독 이름을 줄줄이 읊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재미없어도 명작이라기에 봤고 잘 맞지 않는 장르라도 유명한 감독이 만들었기에 지루한 러닝타임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대체적으로 그런 류의 영화는 해외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가 대부분이었고 영상과 자막을 동시에 봐야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 전, 자막 없이 영상으로만 봐도 충분한 명작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이 만든 <기생충>입니다. 이 영화는 흔히 대척점이라 일컫는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지역에서 한국어로만 만든 영화를 가지고 유명 영화 시상식을 휩쓴 건 정말 놀라웠습니다. 저 먼 별세계였던 곳에서 특별한 통역 없이도 유명한 감독의 말을 직접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충격이었습니다.
이번 호는 ‘시네마’라는 주제로 원주에 있는 특별한 영화관과 영화제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영화처럼 메시지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강원아카이브-원주기억저장소’ 소식도 실었습니다. 이 외에도 원주 내 돌봄 커뮤니티 이야기와 클래식 연주단 ‘앙상블’의 인터뷰도 담았습니다. 

초저녁이면 다 저물던 해가 다시 길어졌습니다. 제법 따뜻해진 저녁 공기에서 이른 봄밤을 느끼기도 합니다. 봄을 맞이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