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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만나는 작은 영화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3-30
첨부파일 모두극장.jpg 조회수 1,931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극장



마음이 한창 어지러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 裕和) 감독이 만든 <환상의 빛>을 본 건 그때였다. 눈앞에 일어난 일과 일 사이에는 연속성이 있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우연일 뿐이라고, 한동안 영화는 나를 위
로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원주만 해도 네 곳이나 된다. 하지만 내게 위로를 줬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그의 영화는 작품성과 별개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원주 시내 한복판에 있다. 지하상가 옆 보건소 건물 4층에 자리 잡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극장이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2009년 지금 있는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지역민들의 영상매체 기술교육과 영상이론을 비롯해 영상문화교육과 영상작품 상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모두극장은 영상미디어센터 ​안에 있다. 이곳에서는 배급받은 독립영화를 기획에 맞춰 월별로 상영한다.

이날 오랜만에 모두극장을 방문해 본 영화는 <밤치기>이다. 20대 여성 감독이 직접 주인공이자 감독으로 나서 ‘젊은 우리 사랑’을 말한다. 극장 좌석 수는 총 77석으로 작고 아담하다. 관객은 많아야 나를 포함해 일고여덟 명이었기에 넉넉하고 여유롭다. 두 다리를 쭉 뻗어도 될 만큼 좌석 간 간격도 넓다. 좌석마다 기본적으로 컵을 놓을 수 있는 홀더도 있다. 다만, 일반 극장처럼 팝콘이나 커피 같은 음식을 반입할 수 없다. 뚜껑이 있는 생수만 반입 가능하다. 스크린과 좌석 간 간격이 가까워 맨 뒷자리에서도 영화가 잘 보인다. 관람료는 성인 5천원, 청소년 3천원이다. ​
모두극장 말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극장을 나와 매표소 바로 옆에 있는 DVD 시청각실이다. 신청서 작성 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공간이다. 1,500편에 달하는 DVD가 있고 평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영화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을 배울 수도 있다. 매월마다 여러 강좌가 열린다. 대표적으로 <단편영화 시나리오 워크샵><일회용 카메라로 하는 사진 산책><공동체 라디오 기초교육> 등이 있다. 영상을 직접 편집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세미나실, 음향녹음실, 촬영스튜디오, 오디오스튜디오, 편집실, HDCAM 영상포맷변환실이 있으며 비영리/영리 목적에 따라 대관료가 다르다. 장비를 빌릴 수도 있다. 여러 종류의 카메라, 조명 장비 등이 구비되어 있고 절차에 따라 대여할 수 있다.

 

글 이지은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