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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인터뷰 [1] 춘천워커즈협동조합 황경자 이사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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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고 재미있게 나이 들기”

오전 10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반찬투정’ 부엌에서 여러 여성이 바쁘게 움직였다. 점심에 출발하는 반찬 배달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가스 불을 살폈고 다른 한쪽에서는 채소를 써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 속에 머리에 두건을 쓰고 부엌 이곳저곳을 누비는 춘천워커즈협동조합 황경자 이사장이 있었다. 

 



춘천워커즈협동조합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40대 이상 여성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재미있게 나이가 들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자 마을기업이에요. 40대 이상이라고 했지만 실은 40대는 없고(웃음) 50대가 대부분이에요.

우리는 회원제로 운영하는 반찬 제조 및 배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명은 [반찬투정(반찬to情)]이고요. 우리 반찬의 가장 큰 특징은 MSG와 GMO(유전자 조작 농산물), 화학첨가물, 인스턴트가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식자재만을 고집한다는 거예요. 
이런 식자재는 대부분 춘천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춘천두레생협)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업 아이템 중 반찬을 선택한 이유는요? 

사실 반찬가게는 이미 많아요. 하지만 친환경 식자재로 반찬을 만드는 곳은 드물죠. 그리고 이런 친환경 식자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고요. 우리 조합원은 대부분 춘천두레생협 조합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반찬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또 협동조합을 준비할 때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3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찬을 만드는 데 자신이 있었어요.


기존 시장과 다른 춘천워커즈 반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처음 반찬이 나간 후 1회용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찬 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 후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서 1회용품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되었죠. 현재 회원의 70% 이상이 이런 반찬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사회 속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사업도 진행 중이에요. 직접 김장김치를 만들어 (춘천) 약사동과 우두동 여섯 가정에 배달했어요. 이 소식을 접한 반찬 회원 한 분이 자발적으로 생협 물품을 여섯 가정에 기부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친환경 지역농산물로 반찬을 만듭니다. 춘천두레생협의 공급업체인 화천두레38영농사업단의 젊은 농부들이 지은 건고추, 양파, 들깨, 참깨 등을 직거래 해 반찬을 만들어요.


어떤 식으로 반찬을 판매하고 있나요?

주 2회에 나가는 [매일반찬]은 ‘반찬 3종+국 1종’ 또는 ‘반찬 3종’을 제공합니다. 
‘반찬 3종+국 1종’은 136,000원(주2회/월8회)이고요. ‘반찬 3종’은 96,000원(주2회/월8회)입니다. 

[특별반찬]도 있습니다. 주 1회에 계절음식이나 김치, 명절음식, 축하밥상을 제공해요. 
올해부터는 월 4회 아이들을 위한 [키즈찬]도 나가고 있어요. ‘메인반찬 1종+밑반찬 2종’을 제공하고 68,000원이에요. 메인반찬 하나에 찜닭, 전 종류 같은 반찬이 같이 나가는 구성이죠. 

반찬 외에도 특별식으로 출장 요리, 김밥, 도시락도 만들어요. 

그리고 반찬 서비스 구매는 춘천워커즈 조합원이 되지 않아도 이용 할 수 있어요. 반찬 서비스 구매 비용 외에 따로 회비를 내는 것도 없고요.


직접적이지만(웃음) 매출 상황은 어떠세요?

작년(2018년)에 최초로 영업 이익을 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는 춘천두레생협에서 식자재를 공급받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춘천두레생협에만 조합원 수가 3천 명 정도 됩니다. 이 중에서 1천 명 정도가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이고요. 1천 명 안에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실 분들이 계십니다. 참고로 요즘엔 도시락 주문이 많아져서 올해만 김밥을 1,000줄은 싼 것 같아요. 봄에는 야외 행사가 많잖아요? 그때 정말 많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판매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존 반찬 시장과 비교했을 때 우리 반찬 서비스가 비싸긴 해요. 하지만 그만큼의 값을 합니다.

본래 생협 취지에 맞게 생산자에게는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건강한 식자재를 제공하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우리의 이런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시는 분들, 예를 들어 시민단체 등에서 자주 이용 해주십니다. 물론 개인도 많으시고요. 

또 3~4인 가족 기준으로 주 2회 제공되기 때문에 계속 반찬을 드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찬을 만드는 품이 줄고 식자재가 따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협동조합&마을기업인데,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춘천에서 시민운동, 생협 활동을 오랫동안 해 온 여성들의 공부 소모임에서 시작되었어요. 대부분 단체의 핵심활동가였던 경험을 살려 지역과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었죠.

일본의 워커즈 사례, 공동체, 협동조합, 건강한 먹거리 등에 관한 논문이나 책, 영화를 보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때로는 서울에 협동조합으로 활동하는 카페 등을 방문했어요.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믿고 먹을 수 있는 식자재로 누군가 반찬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협동조합을 거쳐 마을기업이 되었습니다.
 


 

협동조합&마을기업이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음…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협동조합은 수익 창출보다는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운영하는 것이 목적일 수 있잖아요. 마을기업은 이런 협동조합의 목적과 더불어 수익 창출이라는, 일반기업이 가진 목적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과정은 사실 혼자 책임지고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창업이 어렵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협동조합&마을기업은 조합원을 기반으로 운영해요. 조합원 모두가 출자자이자 경영자인 셈이죠. 책임 의식을 나눌 수 있으면서 일반기업보다 훨씬 유연하고 자율적인 분위기라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초반에는 국고로 지원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공공’과 ‘지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지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요. 매월 매출목표를 설정하고 마을기업정산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는 식으로, 투명한 자금 운용과 기업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렇게 초반에 지원을 받기 때문에 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마을기업으로서) 이곳저곳 노출이 되는 기회가 많은 점도 홍보와 지속가능성 면에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춘천에서의 춘천워커즈 역할은 무엇일까요?

음…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숙제예요. 춘천워커즈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말하지만 일반 반찬 시장과 비교하면 상품 접근성이 떨어지거든요. 춘천두레생협을 이용했거나 친환경 먹거리에 관심이 있는 지역주민 외에는 아직 잘 모르는 지역주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키즈찬]을 반찬 구성을 새로 마련하고 [마을식당]을 열었어요. 

[마을식당]은 매주 금요일에 이곳(춘천 반찬투정 사무실 겸 작업장)에서 운영하고 국수나 비빔밥, 잡채밥을 팔아요. 1인분에 6,000원이고요.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어요. 

 

춘천워커즈에서 ‘여성’으로 일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반찬 만들기는 가사 노동 중에 하나에요. 그리고 그런 가사 노동은 오래전부터 여성들의 몫이었고요. 단순하게 보면 ‘40대 이상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반찬 만들기를 한다’는 거지만 일반 가사 노동과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어요. 바로 유급 노동이라는 거예요. 

가사 노동, 즉 집안일은 오래전부터 돈을 얻지 못하는 무급 노동 취급을 받았어요. 우리는 가사 노동을 유급 노동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사 노동(육아 포함)은 결국 누군가가 대신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여성이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은 곧 다른 여성의 노동을 이용하는 구조이기도 해요. 춘천워커즈는 “여성 중심의 가사 노동 시스템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노동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춘천워커즈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요?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협동조합의 기본인 공동체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요. 

이런 의미에서 공동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춘천워커즈가 만드는 반찬이 식사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나아가 춘천 내 저소득층이나 도움이 필요한 1인 가구를 위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진행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집안일을 할 줄 모르는 은퇴한 남성들을 위한 가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으로요. 생각 외로 나이가 꽤 있는데도 인간이 생존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리나 빨래를 못 하는 남성들이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재미있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10-11p


글·정리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