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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이야기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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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폭염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튼튼한 작물이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어서 밥상 위에 자주 올라가는 애호박이 그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호박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성숙 정도에 따라 애호박과 늙은호박(청둥호박)으로 구분합니다. 애호박은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여 주로 반찬용으로 쓰입니다. 

늙은호박은 전체 호박 생산량의 20%로 주로 약재나 죽으로 쓰입니다. 어린 애호박 꽃을 따자마자 인큐베이터(비닐봉지)를 씌워 재배하는 인큐베이터 애호박도 있습니다. 품종이나 기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청과용으로 이용되는 애호박은 개화한 뒤 7~10일이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인큐 애호박> 

3일 정도 자란 애호박을 인큐베이터(비닐봉지)에 넣어 규격화된 애호박으로 키웁니다. ‘인큐 애호박’은 위부터 아래까지 굵기가 동일하여 모양을 잡는 데 유용합니다. 일반 애호박보다 조직이 더 단단합니다. 플라스틱 자동 묶음형 매듭이 있어 수송과 보관이 우수합니다.

<노인큐 애호박>​

인큐베이터(비닐봉지)를 씌우지 않고 키운 애호박입니다. ‘인큐 애호박’ 가격이 더 높지만 인큐베이 터를 씌우는 일손과 비용 문제로 기존 방식으로 애호박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더 많습니다. 조직이 부드럽습니다. 호박은 품종과 성숙도에 따라 영양성분이 다릅니다. 애호박은 가식부(可食部) 100g당 단백질 1.3g, 탄수화물(당질) 7.4g, 칼슘 23g, 인 42㎎, 비타민A 958IU, 비타민C 12㎎ 등이 함유되어있고 《본초강목》에는 애호박의 효능은 ‘보중익기(補中益氣)’라고 하였는데, 소화기 계통(특히 위와 비장)을 보호하고 기운을 더해준다고 나와 있습니다. 애호박의 주성분인 당질과 비타민A와 C가 풍부하여 소화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위궤양 환자도 쉽게 먹을 수 있고, 아이들 영양식이나 이유식으로도 좋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애호박 씨에 들어 있는 레시틴 성분은 치매 예방과 두뇌 계발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장기 아이들과 어르신에게 좋다고 합니다.

 



호박 키우기

애호박은 텃밭에 거름 한 뭉텅이면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업 재배는 그럴 수 없습니다. 한 포기에 최대한 많은 애호박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줄기가 오르면 일일이 줄에 묶고 덩굴손과 수꽃을 자주 따줘야 합니다. 암꽃과 인공수정 뒤 생길 수 있는 불량과도 솎아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봄, 여름에 거두는 애호박은 한 포기에 30개, 가을, 겨울에 거두는 애호박은 한 포기에 15개입니다.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온다’는 속담이 있지요. 호박을 복이라 생각하여 귀히 여겼다는 뜻입니다. 흔한 애호박이지만 농민의 공력을 생각하면 참 귀한 식물입니다.

 

싱싱한 애호박 고르기 

고를 때는, 연두색이 나고 작고 윤기가 흐르는 마르지 않은 꼭지를 택합니다. 꼭지 주변이 들어가고 크고 무거울수록 맛이 좋습니다. 특히 여름 애호박은 단물이 배어나올 정도로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습니다. 또 과육이 유연해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식단에 친숙한 채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된장찌개를 비롯한 찌개류와 볶음, 전, 무침, 죽, 국수 고명에 두루두루 쓰이는 영양 가득한 식재료입니다. 

 

길쭉해도 동양계 재래호박 

호박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인데 유럽인에 의해 세계로 퍼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호박은 한반도에서 언제쯤 생겼을까요? 16세기, 한반도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호박은 크게 동양계, 서양계, 페포계, 잡종계, 흑종계 다섯 종으로 나뉩니다. 이 중에 동양계와 서양계, 페포계를 식용으로 재배했죠.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하는 호박은 동양계입니다. 아 참, 애호박은 한식에서 사용하는 덜 여문 어린 호박을 일컫는 말입니다. 근래 들어 많이 먹고 있는 단호박은 서양계입니다. 단호박은 1920년대 일본인으로부터 한반도에 전래되어 한때 왜호박이라 불렸습니다. 볶음 요리 등 애호박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쥬키니는 페포계입니다. 1950년대에 한반도에 들어왔다고 해요. 16세기 조선시대 한반도로 전래된 호박은 순식간에 퍼졌을 거예요. 가꿀 것도 없이 워낙 잘 자라기 때문이죠. 봄에 담장 밑이나 텃밭에 씨앗을 두어 알을 심고 그 옆에 거름 한 뭉텅이만 덮어놓으면 호박은 무성히 자라났습니다. 꽃이 피는가 싶으면 단 며칠 만에 커다란 열매를 내놓으니까요. 덜 여문 호박을 애호박 또는 풋호박이라 부르며 국에 넣기도 하고 나물무침이나 부침개로 먹었습니다. 가을에 다 익은 호박은 청둥호박 또는 늙은호박이라 하고, 이를 겨우내 보관해서 호박죽, 호박범벅을 해서 먹었습니다. 호박잎을 쪄서 나물과 쌈으로 먹으면 이만한 별미가 또 없습니다. 큰 힘을 쏟지 않아도 먹을거리 를 얻으니 농가마다 호박을 심었고 한반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매우 친숙한 식물이 되었습니다. 

호박의 상업적 재배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되어 산업화가 진행된 1960년대 이후 농촌에 급격히 번졌습니다. 호박 재배가 쉬워도 너무 돌보지 않으면 한 포기에 대여섯 개 호박 밖에 얻지 못합니다. 이 무렵 곤봉처럼 길쭉하게 생긴 호박이 애호박 수확용 재배 품종으로 보급되었습니다. 호박이 마디 마디 많이 달려서 마디호박으로 불렸죠. 이것 역시 동양계의 재래호박이지만 동그란 공 모양을 가진 애호박에 익숙한 당시 소비자에게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동그란 공 모양의 애호박은 길쭉한 곤봉 모양의 애호박에 비교하여 한때 조선호박이라고도 불리었지만 최근에는 재배 면적이 줄어 시장에서 잘 볼 수가 없습니다. 

 

사철 재배가 가능한 호박 

애호박은 한국음식 요리에 널리 쓰입니다. 애호박 나물 무침이나 애호박을 넣어 된장국을 끓입니다. 해물로 만든 국 요리에도 애호박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애호박은 사철 재배합니다. 대​부분 비닐하우스 애호박이지요. 남부 지역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 까지, 중부 지역은 그 뒤를 이어 봄부터 가을까지 애호박을 수확합니다. 기온 등 재배 환경에 따라 출하기를 달리하여 시장을 분점하고 있습니다. 출하기를 달리 하여도 애호박 수확 시기가 겹치는 일은 흔히 일어납니다. 그럴 때면 가격은 폭락하고 애호박은 농민의 ‘애를 태우는 호박’이 됩니다. 


애호박 보관법

애호박은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만큼 주변에 많이 있지만 연한 조직 때문에 금방 물러 장기 보관이 쉽지 않습니다. 애호박을 저렴하게 구매해 오래 보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냉동보관입니다. 우선, 애호박을 깨끗하게 손질합니다. 베이킹소다로 부드럽게 닦거나 식초물에 잠시 담가도 좋습니다. 단, 호박에 상처가 날수 있으니 소금 세척은 피해주세요. 그리고 애호박의 꼭지 부분과 아래 꽃자리를 잘라내고 정리하면 간단한 애호박 손질이 끝납니다. 후에 용도에 맞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세요. 너무 얇을 경우 식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0.5미리 이상으로 잘라 냉동보관 합니다. 
 

---------● 찌개용이나 국용 애호박은 깍둑썰기를 해서 냉동합 니다. 냉동 시 수분이 많은 애호박의 경우 서로 들러붙는 경우가 있으니 냉동 전에 채에 받쳐 물기를 빼주거나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은 후 통에 담아 냉동합니다. 팁 하나를 더 드리면 겉면을 살짝 말려서 냉동하면 들러붙지 않고 속을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생물 호박은 신문지에 싸서 야채칸에 보관하거나 습기없는 찬 곳에서 보관하면 조금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합니다. 다만 생물 특성상 엄~청 오래 보관 할 수 없습니  다. 또는 납작하게 썰어 지금처럼 좋은 뙤약볕에 말렸다가 겨우내 먹을 수도 있습니다.





글 이지은

사진 원춘식

<이 글은 로컬라이프 네 번째 이야기 (2018.09)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