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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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메인.jpg | 조회수 | 2,792 |
처음 세상을 만나는 새싹의 경이로움 “자연농으로 돌아간다는 건 자연과 공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게 현재로서는 매우 미약하고 또 무슨 원시 농경 사회로 돌아가자는 거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 온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모아서 파멸을 피하면서 함께 모두가 살 수 있는 그런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현실을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이 땅과 불화해서 살아갈 수 있나요? 우리가 만일 오늘 누리는 이 ‘풍요로운 가난’을 청산하고 옛날 선조들이 지녔던 ‘가난한 풍요’를 되찾는다면 그건 문제가 아니지요. 시방 우리가 얼마나 낭비가 많아요? 세계의 큰 도시들 몇 개가 낭비해 없애는 것만 가지고도 전 지구의 기아 문제를 넉넉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오래 전부터 자연농을 강조해 오셨습니다. 자연과의 공생이었던 겁니다. 세계적인 농사 방법을 예로 들지 않고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농기계를 통한 대농이 대부분입니다. 대농이 아니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사를 접거나, 임대를 주고는 하지요. 그나마 자연농을 고집하면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멀리하는 농부들이 있기에 우리 땅이 버티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때 작은 논농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논두렁에 풀이 자라면 낫을 들고 풀베기에 나섭니다. 요령이 없던 때라 힘만 들고 앞으로 잘 나가지를 못했습니다. 대신 논두렁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벌레와 풀을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지요. 물론 잘 갈아진 낫에 그들도 상처를 입었겠지만, 기계보다는 덜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 논두렁을 한 바퀴 돌아오면 처음 시작한 자리는 풀이 그대로입니다. 그동안 또 자란 것이죠. 그렇게 힘겹게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할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볍씨에서 움트는 싹을 처음 접할 때의 그 황홀함보다야 못하지만, 함께 나눌 수 있고, 나의, 우리 가족의 양식을 얻었다는 기쁨도 꽤나 큽니다. 그 기쁨을 계속 누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최근들어 논들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쌀이 남아돈다는 말도 들리고, 논은 밭으로 변하거나, 대지로 변해 주택이 들어서기 일쑤입니다. 이러다가 논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입니다. 아무리 쌀 소비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근본 양식은 쌀이 아닌가 합니다. 쌀 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은 우리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 생명을 살리는 분들이 바로 농부이기도 하지요. 한 사람 농부의 소중함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 올해는 장마가 길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모두 무탈하기를 바랍니다.
여는 글 그늘 밑에 자리한 집이라 한여름에도 에어컨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작년 여름에 전국을 강타한 불볕더위를 겪은 후 결국 올해 에어컨을 마련했습니다. 그 어떤 해보다 더웠던 작년 여름을 생각하면 지금도 후텁지근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더위가 반가운 예도 있습니다. 높은 기온 덕분에 풍작을 맞은 농작물인데요. 그중에서도 수박, 양파, 마늘의 생산량이 배로 늘었습니다. 텅 빈 땅보다 가득한 땅이 낫지요. 하지만 가득하다 못해 넘치는 풍요에 농민들은 오히려 애가 탑니다. 애써 키운 농작물이 제값보다 훨씬 못 미치는 값으로 팔리기 때문입니다. 농사는 월급처럼 달마다, 때가 되면 얻는 것이 아닙니다. 사계절 속에서 날씨와 시간에 맞서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애플수박을 키우는 농민 부부를 만났습니다. 7월 말부터 시작하는 수확을 위해 봄부터 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습니다. 부부는 애플수박뿐만 아니라 딸기와 양파, 옥수수, 참외를 기릅니다. 부부는 보통 새벽 3시에 일어나 주스 한 잔을 마시고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계절과 날씨를 살피고 작물마다 다른 재배 방식을 따르다 보면 금세 하루가 지나갑니다. 이렇게 해를 피하고자 새벽부터 일하는 풍경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름을 담뿍 담은 농산물! 그중에서도 탱탱하게 익은 방울토마토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주관으로 열린 일본 생활클럽 ‘치바그룹’의 원주 방문 교류회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꽃으로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생생마켓 셀러 ‘플라워럼프’와 어린이를 위한 언어 치료 협동조합 ‘두루바른협동조합’ 인터뷰도 실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장마도 끝물에 다다랐습니다만 ‘진짜 여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원하고 즐거운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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