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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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무위당_서화의_再生.jpg | 조회수 | 874 |
무위당 서화의 再生 올해 “무위당 생각을 디자인하라. 무위당 생명협동예술제: Re-naissance”는 우리 삶 속에서 버려진 현수막을 모아 생명협동교육관을 감싸는 퍼포먼스로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내 외부행사 가 많이 줄어들면서, 예전만큼 많은 양의 현수막을 구하기 어려워, 건물 4면을 감싸지는 못했다. 폐현 수막을 구하기 위해 원주 방방곡곡을 다녔다. 인쇄광고업체는 물론이거니와, 원주에 어떤 행사가 열 렸다고 하면 찾아가 행사가 마친 후, 현수막을 달라고 요청해 얻어왔다. 일정 기간 쓰이고 버려진 현 수막이라, 옷장에 옷을 정리하듯이 보관된 것이 아니어서 많이 구겨지고 곰팡이도 슬고 특유의 화학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쩔 수 없이 젖은 현수막을 들고 올 때는 마당에 펴서 말려야 했고, 현수막 양쪽 에 있는 각목을 다 분리해야만 했다. 특히 곰팡이가 슬고 냄새가 심한 것들 그리고 현수막에 묻혀 있는 잉크로 인해 바로 사용이 불가한 것들은 따로 모아서 전문 세탁공장에 맡겨 깨끗이 세탁 후 사용했다. 이렇게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작업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Re-naissance에 대한 간절 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의 어원은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의 책 「예 술가 열전」에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작품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재림으로 해석하여 이탈리 아어로 리나시타(rinascita, 부활)로 한 것에서 출발한다. 이를 프랑스의 역사가였던 쥘 미슐레(Jules Michelet, 1798-1874)가 ‘Re(다시)-naissance(탄생)’로 번역하면서 그 의미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재생(再生)으로 표현되는 오늘날 의미는 단순히 다시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그 존재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재생의 의미를 ‘낡거나 못 쓰게 된 물 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는 것으로 곧장 떠올리는 것은 우리의 삶이 효용론적인 일상, 즉 죽음의 문명에 놓여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2021 무위당 생명·협동예술제를 준비하면서 버려진 폐현수막에 어떻게 숨을 불어 넣을 것인지 고민 하였다. 우리는 폐현수막을 시대의 아픔과 사연이 담긴 누군가로 바라보기로 했다. 저 한 장의 현수막 에는 어떤 누군가의 절실함과 간절함이 담겨 있고, 그리고 누군가를 응원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 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어떤 현수막은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아파하는 다른 존재들의 신음을 드러 내는 것도 있었다. 이 사연들을 모아서, 다시 세상에 빛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현수막을 건 조하고 깨끗하게 세탁했다. 세탁한 이유는 현수막 인쇄액에 잉크 성분, 접착제 성분과 유기용제가 있 어, 출력된 현수막에는 환경 유해 물질 규제대상에 포함된 메탄올 연소에 따른 유해가스 및 유해 성분 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탁을 다 할 수 없었다. 비용의 문제가 있었고, 세탁 후 현수막의 유해 물질이 방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의 순환을 가속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앞으로 현수막을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현재까지 현수막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해서 논의할 것이고, 이는 적극적 선택과 실천만이 필요할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한데 모은 이야기들을 재봉 작업으로 연결하여 건물을 감쌌다. 현수막 이 부족해서 건물 두 개의 면을 덮었다. 건물 높이 약 17m, 폭이 각 17m, 12m였으니, 가로×세로 1,700×700mm 기준 현수막 약 100여 장을 재봉으로 연결하고 밧줄로 고정했다. 재봉 작업자 1명, 재 봉 보조 1명, 현수막 정리 2명 최소 4명이 1조를 이루어서 현수막 연결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남은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었다. 재봉 작업자 6~7명이 만드는 방법을 배워가며 약 1개월 동안 약 700 개를 제작하였다. 이 장바구니는 인근 시장 상인과 사회복지단체, 농가 등에 기부하여 무위당 생명 사 상의 요체인 '생명·협동·살림'의 정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기획되었다. 현수막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현수막 표면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이 피부에 닿고, 바람이 불어 코와 입으로 들 어감에 따라 접촉되는 부위에 통증이 있었다. 현수막의 유해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다. 분명 자연도 함께 앓는 소리를 내며 아팠으리라. 현수막으로 건물 일부를 덮고, 장바구니 700개를 만들었다. 현수막을 재단하여 어린아이에서부터 어 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패션쇼를 진행하였다. 또한 전국의 문화·예술작가 50여 명이 버려지는 자원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켜 무위당 생명 사상을 미술 활동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이렇게 우리가 ‘몸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 해서’ 그 선(善)의 가치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함께 나누고자 했던 것은 협동의 과정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살림을 실천함으로써 너를 모시고 공생하는 데 있다. 특히 죽음의 문명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살아가는 이들의 절박함을 한데 모으는 일은 성(誠)과 경(敬)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버려진, 이제는 알지 못하는 이들의 사 연들을 모아 재봉으로 연결하고, 그들과 함께 “흙살림, 생명살림, 지구살림”을 외치는 것은 어쩌면 선 생의 글씨에서 느껴지는 지렁이의 일생을 살아보자는 우리들의 다짐이었다. 지렁이야말로 살아있는 성경(誠敬)이다. 온 존재로 땅을 기어 다니는 誠者요. 열심히 분변토를 만들 고 길을 만들어, 흙 속에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의 조화와 공생을 이루어내는 敬者다.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라고 말씀하셨던 우리의 스승이 지렁이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정정)지난 2021년 11.12월 호에 실린 '무위당 탁본·잠언 展: 그대가 나였음을' 글은 (사)무위당사람들에서 제공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이도경 (사)무위당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