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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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포맷변환]20170926_124657.jpg | 조회수 | 4,252 |
무위당 23주기 기념 2017 무위당생명예술제의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5월 20일 오후 2시부터 무위당기념관 전시실에서 개최됐다. ‘무위당이 묻고, 오늘이 답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황도근(상지대 교수) 무위당학교 교장을 좌장으로 진행됐다. 최성현 철학박사가 ‘「좁쌀 한 알」을 돌아보며’라는 주제로 무위당과 얽힌 일화들을 소개하며 인품과 사상을 되새김하였고, 김익록 강원도교육청 장학사는 ‘무위당 서화에 나타나는 생명사상 - 勿輕一草 自有天理 況且人乎 하나의 풀도 가벼이 기지 마라’는 주제로 무위당의 예술 세계를 탐구했다. 이어 채희승 호산서예연구실 대표와 김병호 무위당미학연구회 부회장의 지정토론, 박종수 원주시 문화예술과 문화재계장 등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갔다. 발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다.
「좁쌀 한 알」은 글씨와 그림이 있는 무위당의 일화집이다. 무위당 서거 10주기를 기념하여 2004년 5월 15일에 출간되었다. 「좁쌀 한 알」은 발간 얼마 후 원주시의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첫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감명 깊게 읽은 독자들의 많은 서평이 남아 있다. 무위당과의 인연은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생명의 농업과 대자연의 도」를 공역하여 전달하며 시작되었다. 책을 읽고 찾아온 사람들과 찾아가면 무위당은 늘 반겨주었다. 무위당은 맞절을 하며 절을 받았다. 무위당은 손을 잘 잡았으며, 20대 청년의 응석에도 어린 자식을 대하듯이 따뜻하게 응대했다. 그런 무위당이 화내는 모습을 한 차례 보았던 적이 있다. 일행이 찻집에서 종업원에게 불손한 어투로 말하자, 엄하게 나무랐던 것이다. 1992년 일본의 기공협회에서 ‘환태평양 기맥대통(環太平洋氣脈大通) 대회’를 개최할 때, 자연농법을 추구하는 ‘자연학교’ 멤버와 환경운동가, 한살림 활동가 등이 함께 초대된 일이 있다. 무위당이 소개한 것이었다. 대회에 다녀온 후 무위당을 만났을 때, 무위당은 자연농법이 사람과 자연 사이의 막힌 기를 뚫는 대기공, 즉 공생의 길로 그 길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고 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생활 속에서, 지역 속에서, 자꾸 막힌 벽을 허무는길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연학교 원주 모임에서 무위당은 해월 최시형의 ‘천지즉부모(天地卽父母, 하늘과 땅이 곧 어버이)’를 언급했다. 천지가 어버이라는 것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이 현대 문명으로, 환경오염은 모두 이 때문이며 현대 농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무위당은 자연농법이 바로 천지를 어버이로 여기는 농사법이므로, 현대문명을 바른 길로 이끄는 과업을 위해 자연학교 모임원들의 정진을 부탁했다. 무위당에게 받은 첫 글씨는 ‘자연무사(自然無私)’다. ‘자연은 나가 없다, 삿됨이 없다, 자기에 갇혀 있지 않다’는 뜻이다. 쉬운 말이어도 진의에 닿기 어렵다. ‘자연무사’ 앞에서는 꼭 바가지를 들고 바다 앞에 서 있는 꼴이 된 것처럼 여겨진다. “20대 청년의 응석에도 어린 자식 대하듯 따뜻 불손한 어투에는 엄하게 나무라 ⋮ 하늘과 땅이 곧 어버이 이를 잊고 사는 것이 현대 문명 자연농법 통해 바른 길 가야”
김익록 강원도교육청 장학사 특유의 해학과 미학” 무위당의 예술 세계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해왔으나 아직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무위당 글씨의 내용이나 그림의 주제는 유·불·도와 동학, 성서에 이르는 등 동·서양과 시공을 아우르며, 어려운 말보다는 알아듣기 쉬운 말로 화두를 던진다. 사람인 듯 표정을 담아내는 의인란(擬人蘭) 등 전통 서법에 충실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 속에 특유의 해학과 미학이 있다. 어떤 이는 ‘대교약졸(大巧若拙)’, 소박해 보이지만 그 깊이가 대단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서화 작품의 조형미는 현대적 디자인 감각이 돋보인다. 무위당의 서화는 전통적인 필묵의 표현 기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이 많다. 의인란을 포함하여 화제(畫題) 글씨 또한 표현이 분방하며 조형미가 강하다. ‘무명유한(無明有閒, 이름 없으니 한가하다)’, ‘몰라 몰라 정말 모른대니깐’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무위당의 난초 그림은 인간의 희로애락은 물론이고, 화제와 작품을 받는 이의 개성에 맞아떨어지게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무위당의 서예 작품 역시 글씨 자체가 마치 하나의 그림인 듯 회화적 조형미가 넘친다. ‘무심(無心)’과 ‘무(無)’ 두 작품도 그러하다. 같은 글자가 들어가 있음에도 ‘무심’이 정적이고 평안한 느낌이라면, ‘무’는 역설적이게도 생동감이 넘친다. 이정동 도의원이 소장하고 있는 ‘천심락(天心樂)’은 회화성이 유난히 두드러진 작품이다. 또 ‘물경일초 자유천리 황차인호(勿輕一草 自有天理 况且人乎, 하나의 풀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일완지식 함천지인(一碗之食 含天地人, 밥 한 그릇 속에 우주가 있다)’ 등은 무위당의 사상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무위당이 1987년 가을 쓴 ‘한살림’ 글씨는 삐뚤삐뚤한 모습이라서 일명 ‘지렁이체’다. 지렁이는 땅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생명체이며, 한살림 운동은 자연과 인간의 상생 정신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무위당이 지렁이체로 쓴 ‘한살림’ 글씨는 그 정신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무위당의 ‘한살림’ 글씨는 우리가 지켜내고 보전해야 할 가치이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정권이 바뀌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평등’이며, 이는 새 정부와 우리가 힘 모아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공자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가난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라)’고 말했다. 이는 신용협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공존공생(共存共生, 더불어 함께 살아감)’과 ‘공생시도(共生是道, 함께 사는 것이 도다)’ 역시 같은 의미이다. 무위당 글씨 특유의 조형미와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과 책무성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위당의 생명사상은 거대 담론이나 관념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삶의 지침이다. 때로는 준엄하게 때로는 익살맞게, 비유와 상징·촌철살인의 화두를 담고 있다. 습작인 ‘민들레’는 습작임에도 어느 작품 못지않은 걸작이다. 민들레 홀씨 하나하나가 소중한 생명이듯, 무위당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 협동과 상생으로 만드는 공동선의 가치와 한살림 정신을 사방팔방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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