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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살리고 더불어 살리고 모두 살리세" - 이인석 더불어살림협동조합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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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마르쉐 장터’, 양평 문호리의 리버마켓. 농부시장의 세계적 확산으로 한국에서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로컬푸드 판매를 원칙으로, 친환경 농산물 판매를 지향하는 이러한 마켓들은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친환경농업의 확산과 판로 확보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해 108()을 시작으로 원주에서도 로컬 친환경 농산물과 요리,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함께하는 생생마켓을 진행하고 있다. 원주에 사는 즐거움에서는 생생마켓에 참여하고 있는 생산자를 소개하는 코너를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원주시 부론면 사기막 마을에서 농가 맛집 농부가()를 운영하면서 더불어살림협동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인석씨의 소망을 들어본다.

 

 



더불어살림협동조합은 어떤 곳인가요
?

원주시 귀래면·부론면과, 인접한 충주시 소태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들, 귀농·귀촌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합입니다. 주 판매처는 분당에 있는 특성화학교 이우학교로, 그곳에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하고 학부모들과 직거래도 하고 있어요. 더불어살림협동조합의 전신은 남한강삼도생협이었죠. 남한강을 끼고 경기도의 여주, 충청북도의 충주, 강원도 원주, 이렇게 삼도가 만나서 지어진 이름으로, 만들어진지는 벌써 18년이 됐습니다. 기존엔 120여명의 조합원이 있었는데, 많은 농가의 생산물을 모두 판매할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곳도 생기게 되었어요. 그래서 함께할 수 있는 농가, 귀농·귀촌 농가를 중심으로 정비를 해서 더불어살림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재출발한 거죠. 현재 조합원은 13명으로, 저를 포함해 대부분이 귀농·귀촌한 분들입니다.

 

생생마켓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요?

이제 4개월째 나가고 있습니다. 조합의 대표로서 당연히 동참 해야겠다 생각했고요. 처음 참여한 당시 계절적으로 농산물이거의 없다보니, 제가 운영하는 농가맛집의 주요 메뉴 산야초 쌈밥을 준비해 판매했어요. 앞으로 여러 사람의 조합원이 돌아가면서 참여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부론으로의 귀농을 결심했나요
?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서울의 입시학원에서 논술과 언어영역을 십여 년 이상 가르쳤어요.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은 귀농지를 찾아서 많이 방황하거든요. 저 역시 귀농을 결심한 후 10년 동안 강원도 철원이나 인제·화천, 경기도 연천 같은 북쪽 지방을 둘러보며 다녔습니다. 불교귀농학교도 다녔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러다 우연히 누군가가 부론에 땅이 나왔는데 가서 보지 않겠느냐고 하기에 와서 봤다가 바로 그냥 이 꽂혔어요. 혼자 먼저 내려와 시설 개보수를 하고, 한 달 뒤에 다른 가족들도 모두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친환경농업을 하며 농가맛집 농부가를 운영하고 있고요.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요?

 준비 기간도 길었고, 귀농 과정에서 가족 간에 논쟁을 많이 벌인 편이에요. 귀농을 하려면 삶에 대한 철학이나 가치관을 바꿔야하는 면이 있거든요.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이들 교육이죠. ‘좋은 교육을 시켜, 좋은 학벌과 학력을 갖추게 해, 이 사회에 경쟁력 있는 아이로 키워, 잘 먹고 잘 살게 해야 되겠다는게 보통의 사고방식이잖아요. 이것을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죠. 대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삶의 지향점과 자세를 갖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설득에 성공했고, 집사람도 공감했죠. 귀농을 한 후 아이가 귀가하던 어느 날, 버스정류장에서 할머니 한 분이 냉이 한 소쿠리, 달래 한 소쿠리를 내놓고 앉아계시더래요. 집이 시골에 있으니 그게 눈에 띄었던 모양이에요. 할머니가 저런 걸 갖고 나와서 파시는구나, 용돈거리가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버스를 탔다는 겁니다. 그렇게 길거리에서도 아이가 생각하고 배울 수 있거든요.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의 꿈이 뭔지, 행복한 삶이 뭔지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귀농
·귀촌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귀농·귀촌인들은 토박이 농민에 비해 영농규모가 작아 농기계 구입이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농기계를 빌리거나, 농기계를 갖고 있는 이웃에 부탁하다 보니 자꾸 농사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있죠.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교육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토박이 농민들과 갈등은 없나요
?

도시의 삶이라는 게 파편화되어있고, 고립되어 있고, 소외되어 있던 삶이란 말예요. 그런데 농촌은 공동의 경제권을 이루고 있어요. 비슷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결과물이 백일하에 드러나죠.

농사가 어떻게 됐는지, 형편이 어떤지, 살림살이가 어떻게 되는지, 나아가서 인생의 희로애락까지 공유하는 열린 공간이 농촌이거든요.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농촌 사람들의 열린 방식이 불편한 거죠. 좀 간섭을 안 하면 좋겠고.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농촌은 지금 문화도 교육도 상실된 상태예요. 제가 있는 단강2리에도 농가 74호 중 영유아·유치원생·초등학생·중학생이 단 한 명도 없어요. 고등학생 한 명, 주소지는 여기 있지만 대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이 세 명이에요. 신혼부부 제로, 가임이나 출산을 희망하는 부부도 제로예요. 귀농·귀촌이 없으면 인구가, 농지가 어떻게 유지되겠어요. 어쨌든 귀농·귀촌은 계속 이루어져야 하고, 귀농·귀촌인들은 그 지역에 어떻게 뿌리를 내릴 것인지 좀 더 고민하고 스스로 노력해야하는 것 같아요.




 

더불어살림협동조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더불어살림협동조합이 농산물 식자재를 공급하는 이우학교에서 매년 우리 지역으로 농촌봉사활동을 와요. 그러면 지역 농가에 전부 연락을 해서 일손이 필요한 곳에 80여명의 아이들을 보내죠. 23일 동안 대략 12~13개의 농가가 도움을 받아요. 일손 돕기를 마친 늦은 저녁에는 아이들이 농민과 대화하는 시간도 갖고, 어르신들을 위해 공연도 하고요. 이게 벌써 18년째가 되었으니 지역과의 연대가 잘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죠. 더불어살림협동조합의 모토는 스스로 살리고 더불어 살리고 모두 살리세입니다.

귀농·귀촌·토박이 농민들이 함께 잘 어울려 사는 농촌을 만들어보자, 그 과정에서 농촌 지역에 문화도 만들고 인문철학적인 것들도 담아 보자, 이렇게 하고 있어요.



귀농, 삶에 대한 가치관 바꿔야

아이들 교육이 가장 큰 걸림돌

행복한 삶이 뭔지 알게 해야



글. 이새보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