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풍경


원주 굽이길로의 여행-제2코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29
첨부파일 [포맷변환]15302585755baae419c1dec81848371e7bc8ea059c.jpg 조회수 3,640




소나무의 푸른 절개 ‘700년 노송길’

‘사는 즐거움’은 사람마다, 당시에 처한 환경마다,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의,식,주의 문제가 해결되어있고 주변과 관계가 원만하며 건강상태가 양호할 때 느낄 수 있는 제6감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이란 마치 제6감과 같아서 이것이 없으면 나머지 5감(五感)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그럼 ‘걷기의 즐거움’은 어디서 올까?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오롯이 다섯 가지 감각을 느끼며 걸을 때 가장 크게 상승하지 않을까 한다. 녹음우거진 숲을 보며, 벼 벤 후 들녘의 냄새를 맡으며, 새들의 미완성 교향곡을 들으며, 땀 흘린 뒤에 목젖을 넘어가는 생수한잔을 맛보며, 보송한 흙길을 발로 느끼는 이 맛이야말로 걷기를 즐기는 최상의 상태라 할 수 있겠다.
1코스의 종점인 무실동 행가리를 출발해 마을 안길을 걷다보면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꼽는 세종대왕 업적을 기리는 개인 조각공원이 나온다. 평생 조금씩 모아진 돈으로 한 개씩 맞추고, 석공에게 부탁해 깎아 옮긴 세종의 어록, 금언, 교훈, 속담 등의 숲을 지나노라면 지나온 자신의 삶의 발자취를 파노라마처럼 느낄 수 있는 엄숙함이 깃든다. 화봉암 방향으로 잠시 오르다 커피와 함께하는 수제 빵이 맛있는 ‘프라임카페’에 들려 잠시 쉬며 책장을 넘겨보는 것도 권할만한 일이다. 큰 느티나무가 있는 승안동 쉼터를 향해 가는 길, 논둑길 옆으로 흐르는 시냇가를 따라 평행으로 이어지는 다져진 흙길은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정도다. 대안리 공소, 농촌체험마을을 지나 멀리 명봉산이 반겨주는 작은 고갯마루를 넘으면 조용한 마을이 발아래 펼쳐지고 200년 넘게 묵은 느티나무가 아직 넉넉히 반겨준다. 하지만 이 느티나무도 잠시 후에 만날 ‘방석소나무’에 비하면 아주 어린 새싹으로 비유된다. 바로 이 길의 이름이 된 ‘700년 된 노송’이 지팡이를 짚고 묵묵히 서서 맞아주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방석 같다하여 별명을 얻은 연유이다. 대안리저수지 밑 논길을 지나 갈거리 사랑촌 앞에서 대안-매지 임도를 따라 오르면 잠시 문명세계는 잊어도 좋을 듯하다. 적절한 간격으로 균형을 이룬 침엽수와 활엽수의 조화를 보며 우리 정치판도 좀 저렇게 서로 용납하고 어우러지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가져본다. 힘들라치면 굽이돌아 나타나는 쉼터, 오르막이 부담스럽다 느낄 때 바로 이어지는 평지와 내리막. 이것이 인생이란 소설의 ‘대강줄거리’처럼 앞을 보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양안치고개와 맞닿을 때면 2코스의 19.1 km는 쉼표를 찍는다. ‘원주의 사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음호에서 재회를 기다려본다.








글 최종남 사회적협종조합 원주걷기길 문화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