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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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20170921_133101.png | 조회수 | 2,671 |
학성동 햇살마을의 한 건물 1층. 인테리어가 진행 중인 내부에 테이블 몇 개만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카페를 오픈할 계획이에요. ‘상상카페 틔움’이라고 합니다.” 아직 휑한 주방에서 박미란 성공회원주나눔의집 햇살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렸다. “여기서 ‘때때’ 아이들이 커피를 만들고, 손님을 만나게 될 거예요. 편안하게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요. 진로교육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겠죠. 카페 이름처럼 싹도 틔우고, 꿈도 틔우면서요.” 청소년진로자립지원센터 때때 지난 2012년 문을 연 청소년진로자립지원센터 때때는 저소득층·결손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 진로를 찾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상상카페 틔움이 열릴 건물의 3층이 때때가 있는 곳이다. “때때는 성공회원주나눔의집 아동청소년국 햇살지역아동센터 산하의 기관이에요. 최종적으로는 아동센터와 따로 독립하는 게 목표죠. 아무래도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접근이 달라야 하니까요. 공간도 따로 떨어져 있다 보니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의 소속감도 다르고요.” 때때라는 이름은 처음 공간이 시작될 때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청소년들 중 한 명이 제출한 것으로, ‘때로는 햇살, 때로는 그늘’이란 뜻이다. 따뜻함과 시원함이 늘 함께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현재 때때에는 15명 내외의 청소년들이 등록되어 있다. 올 초 때때의 청소년들이 졸업해서 결원이 생기고 햇살지역아동센터 아이들 중엔 졸업생이 없어서 예년보다 조금 인원이 줄었다. “햇살지역아동센터에서 올라오는 아이들만 있는 건 아니에요. 친구를 따라 오거나, 학교 쪽 소개로 새로 오는 청소년들도 있어요. 하지만 중간에 들어 온 아이들이 때때의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하기가 아무래도 쉽진 않은가 봐요.” 공동체를 지향하는 때때에서 청소년들은 방과 후 식사를 함께 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은 서로 다독거리고 의지하죠. 모든 것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려요. 때때에 오면 휴대폰을 제출한다거나 하는 규칙도 직접 다 정한 거예요. 규칙을 어기는 경우엔 경고 제도도 있고요. ‘청소년 활동가’라고, 반장 같은 역할을 하는 아이를 직접 선출하기도 해요. 선배와 선생님들이 면접을 보죠. 그 청소년 활동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진행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은 박 센터장의 표현대로 ‘스펙터클’하다. 창가에 있는 화분에 ‘시한부’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박 센터장이 정종숙 아동청소년 국장에게 묻는다. “이거, ○○이가 쓴 거죠?” 평소에도 말썽을 부리기로 유명한지, 유리문에 붙은 누적 경고표의 이름에 경고가 두 개 체크되어 있다. “자원봉사를 오시는 분들을 보면, 어떤 이미지를 생각하고 오세요. 때때 아이들이 우울하고, 어딘가 결여되어 있고 그럴 줄 아시죠. 사실 반항적이거나 감정 폭이 큰 건 청소년기의 일반적인 특징인데, 마치 우리 아이들만 그런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환경이 어려울 뿐 애들은 애들이거든요. 그런 분들에겐 잘 설명을 해드리려고 노력 합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때때에서는 스피치·인문학, 방송댄스, 클라이밍 등 요일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도나 호응도도 아주 좋다. “프로그램을 양적으로 많이 진행하려 하기보다, 실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한 명이라도 서포트할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시도하려고 해요.” 박 센터장과 때때의 인연은 대학생 때로 거슬러 간다. “원주에서 대학을 다녔어요. 성공회원주나눔의집엔 선배를 따라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와 봤어요. 당시엔 학성동 교회에 같이 있을 때였는데, 사회복지기관 인증도 되지 않고 센터의 이름도 없었죠. 매우 열악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춘천에서 8년을 일하다 결혼 후 원주에 정착하면서 올해 1월부터 햇살지역아동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실질적인 실무 총 책임자다. “때때가 어쨌든 햇살지역아동센터와 한 기관이다 보니,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는데 제가 센터장 으로서 두 군데를 다 관리해야 해요. 왔다 갔다 하는 게 조금 번거롭고 비효율적이에요.” 힘든 일은 없는지 묻자, 손사래를 친다. “맨날 힘들죠, 말도 잘 안 듣고. 하지만 그보다, 부모님의 삶이 애들한테 전달되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게 힘들더라고요. 무력감도 들고요.” 하지만 박 센터장을 움직이는 건 결국 아이들이다. “보람을 느낄 만한 특정한 에피소드보다는… 아이들이 때때에 와서 안기며 쫑알쫑알,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할 때, 눈동자를 빛내며 들려주려고 할 때 행복을 느껴요. 늘 좋아요. 큰 아이들도 쑥스러운 말을 할 때가 있거든요. 비밀을 나누거나, 농담을 건네거나 하면 한층 가까워졌구나 싶죠. 머리를 새로 했을 때 알아봐주고 얘기를 한다거나, 인간적으로 관계를 쌓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 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낍니다.” 현재 때때에는 두 명의 선생님(사회복지사)과 사회복무요원 한 명이 상주하고 있다. 때때의 주인공은 청소년이지만,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함께 가는 사람들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가장 중요한 건,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함께 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런 사회복지기관들의 경우, 급여 수준이 낮다 보니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교사들이 바뀔 경우 프로젝트의 연속성이나 소속 청소년들과의 유대감 면에서 아쉬운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올해 ‘야간 돌봄 프로젝트’를 시작해 선생님이 한 명 늘어나요. 때때가 한층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때때와 함께 가는 사람들 아프리카 속담으로 알려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때때에도 역시 함께 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때때는 지속적으로 정규 학교의 교육복지사와 사례관리를 하며 의견을 나눈다. “실무협의체라고 해서, 현장 선생님과 소통하는 모임이 4~5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같이 회의하고 관련 도서를 읽으며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때때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며, 청소년들에 때때를 소개해주거나,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는 시도도 많다. “지난주엔 같이 경복궁을 다녀왔어요. ‘밀사’ 뮤지컬을 봤죠.” 때때가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은 김정삼 전 판사가 제공한 것이다. 김 전 판사는 좋은 일에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건물을 사회단체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후원했고, 이름도 희망공간 ‘틔움길’이라고 지었다. 때때에서 운영할 상상카페 틔움의 이름은, 건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노동조합에서는 매달 30만원을 후원한다. 때때는 그 후원금으로 건물 유지비를 충당한다. 건물 옆의 벽화는 원주준법지원센터와 학성동 주민센터, KT&G 강원상상팀, 힐링아트와 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참여해 그려진 것이다. 지난 5월 27일에는 마을잔치를 열기도 했다. 학성동 마을 주민과 후원자들을 위해 매년 열려온 잔치엔 늘 많은 도움이 답지한다. 매년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참여하는 ‘한국전통예술단 아울’ 같은 사회적기업부터, 학성동 성매매 여성들과 포주들이 있는 ‘한터연합’에서는 삼계탕을 수백인분 준비해 오기도 했다. 고마운 일이다. 때때의 앞날 : 때로는 햇살, 때로는 그늘 청소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때때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잘 흘러가겠죠? 지금처럼 시끌벅적하게. 잘 모르겠어요. 이제 이 자리를 지키면서, 다시 손 내밀 수 있도록 지켜야겠죠. 때때로, 때로는 햇살, 때로는 그늘도 있고요. 그게 때때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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