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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보다는 협동을,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 김정래 원주고등학교 학교협동조합 소쿱놀이 이사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1
첨부파일 20170921_130858.png 조회수 2,814



주입식 입시교육과 권위주의적 문화에 갇혀 왔던 우리 교육현장에 학교협동조합은 학교와 지역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복원해 낸다. 교육의 자발성이 상실된 사회, 배움이 틀 속에서만 가능해진 사회에서 학교협동조합은 학생의 자발성을 살리고 배움의 경계를 허물며 협동의 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올해 초 도내 일반계 고등학교로는 처음으로 원주고등학교(이하 원주고)가 학교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지역특화 교육을 통해 협동조합의 역사와 운영원리 등을 배운 학생들은 직접 조합을 설립해 학습 내용을 실천하고 있다. 청소년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문제, 함께 해결해요

원주고 협동조합 소쿱놀이는 학생 조합원 스스로 지역과 학교의 만남을 고민하고, 안전하면서도 교육적인 현장체험 학습의 장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래(19) 소쿱놀이 이사장은 조합을 통 해 삶의 문제를 학우들과 함께 해결하고자 협동조합을 구상해 나갔다. 지난 2월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도내 다섯 번째 학교협동조합이다.

2014년 처음 소쿱놀이가 결성되었을 때는 협동조합 운영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동아리로 시작했다. 협동조합 설립 계획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협동조합을 주제로 개설한 지역특화 교육과정이 바탕이 됐다. 학교협동 조합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11의 협동조합 원리를 총회· 이사회·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직접 체험한다. 사업체로서만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 참여와 수평적 의사결정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김정래 이사장은 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무엇보다 협동조합 사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부닥치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인지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한다.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다  

지난 2015년 소쿱놀이의 첫 사업으로 운영한 학교서점은 학우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선배들이 사용했던 참고서 등 여러 종류의 도서를 기증받아 필요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받는 형식이었다. 학교서점을 통해 들어온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문화에도 앞장섰다. 좋은 취지로 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주변 서점의 부정적인 반응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학교서점 운영의 의도가 다른 서점에 피해를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선후배 간 돈독히 정을 쌓는 좋은 뜻에서 벌인 사업이었던 만큼 조금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합을 설립한 후 소쿱놀이는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도서관 옆 창고에 북카페를 조성할 수 있었다. 이곳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소모임 활성화 공간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이라는 것을 처음 하다 보니 우왕좌왕한 모습이 많아요. 체계가 잡힐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점심과 저녁 시간에 카페가 운영되기 때문에 조합원 친구들의 쉬는 시간이 너무 적어 불편한 점도 개선될 사항이다. 김 이사장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카페 운영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기서 벌어들인 모든 수익금은 장학금과 기부금으로 사용된다.

앞으로 지역 로컬푸드 생산자를 직접 만나서 지역 생산물을 홍보해주는 중간 매개체의 역할도 준비하고 있다. 생산자의 유통비를 절감해주고 소정의 수수료로 벌어들임으로써 조합 운영비에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코디네이터를 위한 첫걸음 

인문계열 학생들이 활동하는 동아리는 자연계열 학생들과 비교 하면 구체적인 활동이 적다. 김 이사장은 이곳이 상경계열 경영, 경제 쪽으로 나가는 인문계 친구들한테 직접적인 스펙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여러 친구한테 도움이 되고 보람 찬 활동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의 꿈을 물었다. “중학교 때부터 꿈이 확고했어요. 중학생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죠.” 하지 만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김 이사장은 소쿱놀이의 운영을 도와주는 컨설턴트를 보면서 협동조합 컨설턴트 혹은 코디네이터를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협동조합 공부에 흥미가 없으면 이런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제가 흥미가 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성격이거든요. (웃음) 그 분(컨설턴트)께서는 시·군 여러 협동조합을 교육하고 관리하느라 정말 바쁘셨어요. 이런 쪽 일에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죠. 앞으로 복지가 사회 주요 이슈가 되면서 이런 직업이 각광 받을 거예요라며 자신의 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주변 어른들한테 협동조합 한다.’고 했을 때 빨갱이사상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협동을 추구하는 점이 공산주의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협동조합의 가치를 많은 분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며 생각을 전했다. 학교 안으로 퍼지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촉진하기 위한 소쿱놀이 추진단.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글.김예은 사진.원상호